천천히 기다리다보면 조금씩 달라져가는 아이들 속에서 하루하루 기대로 살아가는 특별한 후원자가 있습니다. 밀알학교 봉사활동으로 시작해 특수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안숙영 후원자를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중등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안숙영입니다.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다 늦은 나이에 특수교사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 저는 현재 5년째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수교사’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이후 전공을 살려 해외영업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쫓아 교직을 선택하게 됐어요. 기간제 영어 교사로 근무하던 중 두 차례 장애학생의 담임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실 영어도 중요한 학문이지만 특수교육은 한 학생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는 학문이에요. 비록 눈에 보이는 성과가 많거나 크진 않지만 천천히 관심을 기울이고 기다리면 조금씩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납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꼭 필요한 교육, 이러한 특수교육이 제가 생각하는 ‘교육’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 특수교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교사 재직 당시의 안숙영 후원자
특수교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왜소한 체격이다 보니 가족들, 친구들 모두 걱정부터 했습니다. ‘힘들 텐데 굳이 장애 학생들을 가르쳐야겠니?’라며 만류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걱정보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지인들도 많았어요. 제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나 봐요. (웃음)
사실 제 자신도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준비했고 마침내 꿈꾸던 특수교사가 되었어요. 장애학생들과 함께하는 지금은 제가 꿈꾸던 삶이었기에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특수교사로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저의 첫 제자, 심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그 친구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 친구는 6개월간 저와 매일 얼굴을 마주했지만 저에 대한 반응이 없는,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 학생이었어요. 장애 특성에 따른 영향도 있었지만 유독 반응이 없던 아이였기에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이 친구가 칠판에 예쁜 그림과 함께 제 이름을 쓰더니 함박웃음을 짓더라고요. 저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6개월간의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지금까지 쏟았던 사랑과 관심이 잘 흘러가고 있었구나’ 하고 느꼈어요. 천천히 기다린다면 또 새로운 성장이 나타난다는 걸 그때 많이 깨달았습니다.
첫 제자가 써 준 안숙영 후원자의 이름
특수교사가 되기 이전에는 밀알학교(특수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셨다고요?
2009년, 제가 일반 교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어요. 당시 장애인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특수교사라는 직업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시기였어요. 밀알학교 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지인분이 장애학생들이 외부 현장학습을 가는데 봉사자로 참여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셨어요. 흔쾌히 참여한 저는 마치 제가 현장학습을 다녀온 것처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때가 저와 특수교육의 첫 만남이었네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당시를 떠올려보면 소리 지르는 아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통제 불가능한 아이 등을 돌보며 봉사자분들이 많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저에게 소리 지르는 아이는 즐거움을 소리로 표현하는 아이로, 통제가 불가능한 아이는 뛰어다니며 자유로움을 느끼는 아이로 보였어요. 아마도 저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특수교육의 매력에 이미 반했었나 봅니다.
*밀알학교: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발달장애아 특수학교로 1997년 개교
안숙영 후원자와 밀알학교 학생들
특수교사가 되고 나서 바라본 밀알학교의 모습은 어떤가요?
특수학급은 한 명의 선생님이 6-7명의 각기 다른 장애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담당하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을 준비하고 가르치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나 밀알학교는 제가 봉사활동을 했을 당시에도 바리스타, 제빵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 교육을 실시했던 학교였고, 긍정적 행동 지원을 가장 먼저 시작했던 특수학교 중 한 곳이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인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특수학교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교 시설(체육관, 카페 등)을 주민들에게 개방해 지역사회와 장애 학생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이끌어내기에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 학교라 생각합니다.
*긍정적 행동 지원: 문제 행동의 감소, 예방뿐 아니라 친사회적 행동을 형성해 일상생활에서 일반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적인 접근법
밀알학교 외부 전경
특수교사로서 바라본 우리 사회에 변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특수교사로 지내며 가장 아쉬운 부분은 졸업 이후에 학생들이 갈 곳이 없다는 점이에요. 학령기의 장애 학생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교육과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막상 졸업을 하게 되면 사회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학생들은 문제행동으로 인해 재활시설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가정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장애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기대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훈련할 수 있는 공간, 일할 수 있는 공간, ‘자립’을 꿈꿀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성장해 온 장애학생들이 멈추지 않고,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국내 소외이웃을 위한 정기후원에도 참여 중이시죠?
특수교육 정교사를 준비하면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가 있었어요. 매일매일을 공부에만 매달린 채 살았는데 여러 번 시험에 낙방하다 보니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밀알복지재단의 캠페인을 보게 됐어요. 당시 저는 간절히 원했던 교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미래의 특수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라는 생각에 바로 정기후원을 신청했습니다. 이후 재단에서 보내주시는 소식들을 통해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으니, 더욱 신뢰하며 나눔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어요. 너무나도 작은 저의 후원이지만 함께 함으로 큰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후원자님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밀알복지재단이 장애인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저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먼저는 지금 맡고 있는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더욱 다양한 교육을 해주고 싶어요. 제가 전공했던 영어를 어떻게 특수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미술, 음악 등의 예술적 요소도 결합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먼 훗날에는 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처음 정기후원을 했을 때도, 특수교사를 선택했을 때도 ‘너무 작지 않을까? 너무 늦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에 그만뒀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고 느리더라도 실천하기만 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성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작은 관심부터 나눔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크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세상에서
작고 느린 것을 기대하며
천천히 살아가는 안숙영 후원자
후원자님의 마음에 동감해
세상의 모든 장애인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함께 실천하는 밀알복지재단이 되겠습니다.
글. 후원협력실 박연희, 홍보실 노태수
사진. 안숙영 후원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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