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하고 있는 아동은 지구 반대편 저 먼 곳에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다.
그저 아이의 소식을 받을 수 있는 건 일 년에 몇 차례 받는 아동의 피드백. 그 때를 제외하고는, 통장에 찍힌 자동이체 금액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곤 한다.
"후원만 하지 사실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요.” 오늘 인터뷰를 한 김혜성 후원자가 후원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고 한 이유다. “어느 순간부터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만 후원자지, 내가 무엇을 정확히 후원하는지도 모르고 있더라구요.” “의무감으로 후원하는 제가 싫었어요.“ 지난해 12월, 밀알복지재단은 <밀알, 알고싶은 이야기-시에라리온편>을 진행했다. 시에라리온에서 24년동안 사업을 펼쳐 온 이순복 프로젝트 매니저가 그간 활동한 이야기와 함께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혜성 후원자는 딸의 손을 잡고 강연을 찾았다. 더 이상은 ‘수동’적인 자세로 후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김혜성 후원자는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부터 약 10여년이 넘도록, 한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결연후원을 했던 경험이 있다. “처음 후원을 시작했을 땐 결연아동에게 옷도 선물하고, 편지도 쓰면서 열심히 했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처음과 같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나중엔 의무감으로 후원했죠. ‘나는 돈을 버는 사람이니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건 당연해’라는 생각으로요.” 김혜성 후원자는 그런 의무감만으로 후원하는 자신이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중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후원도 그만두게 되었을 때, 나중에 후원을 또 하게 된다면 그땐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최근 김혜성 후원자가 후원하고 있는 단체들의 행사나 소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돕는 나라와 아동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적극적 후원자’로 거듭난 이유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사랑하지 않아도 줄 수 있지만, 사랑하면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봤어요, 그런데 사랑을 하려면, 사랑하려는 대상을 알아야 사랑할 수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의무감이 아니라, 사랑해서, 줄 수밖에 없어서 후원하는 후원자가 되고 싶어요.”
적극적 나눔을 실천하는 ‘사랑하는’ 후원자 강연을 듣기 전만 해도 두 모녀가 떠올리던 아프리카는, 딸 유현양의 표현을 빌리자면 ‘못 사는 나라’ 그 자체였다. 김혜성 후원자 역시 세상의 모든 문제들이 거기에 다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강연을 들은 후, 시에라리온을 ‘우리나라’라고 부를 정도로 그 나라와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며 그간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온 이순복 매니저를 보며, 시에라리온도 언젠가는 우리나라처럼 변화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의자까지 들고 찾아와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느꼈죠. 반드시 시에라리온에도 변화가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연을 다녀온 뒤 후원자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나라를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혜성 후원자의 자녀 유현양. “나중에 어른이 되면 도와주고 싶어요.” 그래서 두 모녀는 한달에 얼마 씩 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원자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서 네팔이든, 어디든 같이 가게 될 것 같아요.”
유현양에게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니 ‘좋은 사람’이라는 답변이 나온다.
TV와 인터넷에 범람하는 자극적인 이미지들에 쉽게 노출된 요즘아이 답지 않은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유현양이 그러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사람’을 꿈꾼다는 어머니인 김혜성 후원자가 본보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은 스스로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후원자라고 말하는 김혜성 후원자, 하지만 자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는 김혜성 후원자는, 이미 적극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사랑하는’ 후원자다.
글, 사진 홍보팀 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