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시청각장애인과 함께한 1박 2일, 오감 만족 전남 감성여행기
2025.04.29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찾아오면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광지에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추억을 쌓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모두가 여행을 계획하며 즐기고 있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귀로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집 밖을 나서기조차 어려운 소외된 이들, 바로 ‘시청각장애인’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는 특별한 여행을 준비했는데요. 전라남도 함평부터 완도까지, 시청각장애인과 함께한 1박 2일 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전라남도 함평 해수욕장 앞,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외출조차 쉽지 않은 시청각장애인

우리 주변에 있는 장애인들 중, 혹시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 기능이 동시에 손상된 중복장애인으로,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 약 1만 명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활동지원사와 함께 걷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외출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관광과 같은 여가 활동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요. 2020년 시청각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 2명 중 1명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지원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하다고 응답했으며, 구체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가사(54.9%)와 이동지원(50.2%)이 가장 높았습니다(중복응답 포함).

특히 ‘이동지원’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타인의 지원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처음 가는 곳에 다녀올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단 28.1%에 불과했습니다. 그 외에는 집 안에서만 이동하거나, 집 근처에 잠시 나가는 정도의 이동만 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즉, 대다수의 시청각장애인은 이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행이라는 활동은 그들에게 높은 장벽과 같습니다.  


이에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지난 4월 16일부터 17일까지 시청각장애인 12명과 함께 1박 2일 간 전라남도 일대를 여행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시청각장애인들이 쉽게 경험하기 어려웠던 ‘오감 만족’을 주제로, 공원과 해수욕장 등을 방문하며 다양한 교감 활동을 통해 특별한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1박~ 2일! 전남으로 여행을 떠나요 ♪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전라남도로 출발하던 날, 장거리 이동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만이 가득했는데요. 

이번 여행에는 시청각장애인 12명을 포함해 수어통역사, 활동지원사, 밀알복지재단 직원 등 총 30명이 함께했습니다.  


Q. 여기서 잠깐! 시청각장애인과 여행할 때,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나요?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의 발생시기, 특성과 정도 등에 따라 의사소통 방법이 다르며, 대체적으로 촉수화근접수어를 사용해 말과 분위기, 감정 등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1. 촉수화: 상대방이 구사하는 수어를 전혀 보지 못하는 ‘전맹’인 시청각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며, 상대방의 손을 접촉하여 촉각으로 수어를 파악하는 방법

  2. 근접수어: ‘저시력’에 해당하는 시청각장애인이 가까운 거리에서 수어를 보며 의사소통 하는 방법


전라남도 함평 자연생태공원(출처: 업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전라남도 함평에 위치한 ‘자연생태공원’이었습니다. 이곳은 쾌적한 자연 환경 속에서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인데요. 넓게 펼쳐진 길을 따라 걸으며 풀 냄새와 새소리, 나무소리 등 자연이 주는 오감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사슴, 염소, 토끼 등 초식동물들에게 직접 손으로 먹이를 주며 교감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바다에서 촉수화로 대화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과 활동지원사


다음으로 찾은 곳은 함평의 ‘돌머리해수욕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외출이나 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청각장애인들에게 ‘바다’는 낯설고 어려운 장소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다함께 맨발로 부드러운 모래 위를 걸으며, 시원한 바닷바람과 바다 냄새, 파도 소리까지 마음껏 즐기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양유물전시관에서 모형과 점자 안내판을 만져보고 있는 시청각장애인들


저녁에는 목포에 위치한 ‘해양유물전시관’을 방문해 다양한 해양 유산을 관람하며,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이곳은 무장애(배리어프리, Barrier Free) 요소를 도입한 다중 감각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어, 장애인들이 오감을 통해 전시물을 더욱 풍부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시청각장애인들도 전시된 해양 유산과 점자 안내판 등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더욱 생생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해양치유센터 체험 현장


그리고 전남 여행 둘째 날에는 전라남도 완도의 ‘해양치유센터’에서 수압 마사지와 수중 운동을 체험했습니다. 여행으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물리치듯 시원하게 풀어내는 시간이었는데요. 이어진 일정은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맛집 탐방’! 완도의 유명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즐기며, 2일 간의 여행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여행을 마친 후, 모두가 아쉬운 표정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연과 바다를 느끼고 다양한 촉감 체험을 함께하며 모두에게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자립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함께한 시청각장애인분들께 소감을 묻자,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헬렌켈러센터 ‘남도로드 오감만족 여행’ 단체 사진


“여행하는 동안 바람이 산뜻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장애인들이 흩어져서 다시 조용해질 것 같아 아쉽지만,

다음번에 다시 다함께 여행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해양치유센터에서 발라본 머드팩이 가장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여행을 간다면, 제주도나 마라도에 가고 싶습니다. (웃음)” 

- 시청각장애인 소감 인터뷰 중



헬렌켈러센터가 함께 동행합니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시청각장애인 지원사업 전담기관으로, 시청각장애인의 권리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상담, 교육,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는 아직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규정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들리지 않는 침묵 속을 홀로 걸어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이 어둠에서 벗어나 환한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와 함께 따뜻한 동행을 이어가 주세요! 



글, 편집 l 커뮤니케이션실 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