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MBC <나누면 행복>, 배우 조안이 만난 캄보디아의 아이들 ③
2014.08.12
MBC <나누면 행복>, 배우 조안이 만난 캄보디아의 아이들 ③
 
 
     대학살의 아픔을 간직한 곳, 캄보디아. 1975년, 급진적 공산주의자인 폴 포트의 ‘크메르루주(붉은 크메르)’ 정권이 캄보디아를 장악하면서 1979년까지 유토피아 건설이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양민들이 학살되었습니다. 학살당한 양민중에는 군인과 정치인 외에도 평범한 부녀자와 어린이들까지 있었습니다. ‘킬링필드’라고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캄보디아 인구의 약 1/4을 차지하는 200만명의 사람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불과 30여 년 전의 일, 캄보디아에서는 킬링필드로 형제나 부모를 잃고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 조안씨가 만난 팔라(55) 할머니의 가족도 ‘킬링필드’의 피해자 중 하나였습니다. 팔라 할머니가 사는 곳은 킬링필드의 가해자, 피해자가 함께 모여 살고 있는 빈민촌.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온갖 쓰레기가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팔라 할머니네 가족은 이 곳 빈민촌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집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 팔라 할머니와 세 아이들은 이곳에서 4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킬링필드 당시 사망하였습니다. “머리를 마구 때려서 죽였대요. 숲속에서 죽이고 버려둬서 시신도 찾지 못했어요.” 시신마저 찾지 못하고 소문처럼만 들은 죽음. 할아버지가 떠난 후 할머니는 행상을 하며 홀로 자식들을 키웠습니다.
 
     “엄마, 엄마!”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 할머니는 엄마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셋째 딸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고 있습니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하는 막내 보러머이(2, 남). 보러머이의 온 몸에는 피부병으로 인해 빨갛게 돋아난 반점들이 뒤덮여 있었습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인 아이들은 늘 질병에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보러머이 외에도 다른 아이들의 몸에는 피부병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보러머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싶지만,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할머니는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뜨러꾼’이라는 채소를 캐러 갑니다. 캄보디아에선 흔하고 값싼 채소 뜨러꾼. 물고기를 잡아서 팔기도 하지만, 우기에는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당분간은 뜨러꾼만 팔아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조안씨는 할머니를 돕고 싶은 마음에 뜨러꾼 밭이 있는 먼 길을 함께 나섰습니다.
 

     할머니가 뜨러꾼을 뜯는 동안, 세 살 람보가 두 살 보러머이를 안고 있습니다.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아이가 아이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형 품에 안긴 보러머이가 칭얼거리며 울기 시작합니다. 할머니가 안아주자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는 보러머이. 보러머이 손에는 우유병이 아닌 물병이 쥐어져 있습니다.
 
     뜨러꾼을 다 뜯고 나면 다듬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팔라 할머니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조안씨. 뜨러꾼 한 단을 팔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0원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하루에 4~5단은 팔아야 쌀 1kg을 살 수 있습니다. 뜨러꾼을 팔지 못하면 하루 한 끼니도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어제도 쌀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할 뻔 했어요." 배고픈 아이들이 우는 소리에, 다행히도 옆집 아주머니가 밥을 조금 나눠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한 할머니도 배가 고팠을 텐데, 아이들을 먼저 챙긴 할머니는 빈속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간식까진 못 줘도, 밥이라도 제 때 줘야 하는데….” 늘 배고픔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할머니. "어떤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아이 없는 집에 아이들을 보내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가여워서 그러지 않을 거에요. 돈이 없어도 뜨러꾼을 팔면서 키울 거에요." 아이들은 할머니의 삶의 유일한 이유입니다. 고단한 삶도, 아이들이 있다면 할머니는 모두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 동생들이 밭에서 뜨러꾼을 캐는 동안, 마을에 혼자 남은 뚜잇(7, 남)은 큰 봉투를 들고 쓰레기더미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돕기 위해 재활용품을 줍고 있었던 것입니다. 원래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나이지만, 뚜잇은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무상교육이 가능한 학교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쓰레기를 주울 때마다 지나치는 학교. 뚜잇은 학교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학교 대문 철창 사이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뚜잇. “학교에 가서 같이 놀고 싶어요.” 문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 왜 서로가 처한 상황은 이리도 다른 걸까요?
 
     할머니는 오전에 캔 뜨러꾼을 팔러 시장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없고… 한 시간이 넘었지만 할머니의 뜨러꾼은 처음 그대로 입니다. “어떤 날은 하나도 못 팔 때도 있어요.” 뜨러꾼을 파는 사람들이 워낙 여러 명이라 팔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팔아야 아이들 먹일 쌀을 살 수 있을텐데. 아이들 생각에, 할머니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늦은 시간까지 뜨러꾼을 팔았습니다.
 

     언동마을의 밤. 빈민촌 안의 빈부격차는 밤이 되면 더 또렷이 드러납니다. 형편이 조금 나은 집은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인데요. 형광등과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이웃집과는 달리 팔라 할머니의 집은 깜깜하지만 합니다. 어두운 방 안을 밝혀주는 건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호롱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어둠속에서 할머니는 밥을 짓고, 아이들은 그런 어둠이 익숙하다는 듯 밥을 먹습니다. 결국 팔지 못한 뜨러꾼으로 국을 만들어 아이들을 먹이는 할머니. 밥을 먹고 아이들이 잠든 시간. 할머니는 아이들 옆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모기 때문에 아이들이 잠을 설칠까, 아이들 걱정에 고단함도 잊은 채 할머니는 아이들 돌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조안씨는 할머니의 집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음 옮겼습니다. 조안씨의 두 손에 쥐어진 것은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 바로 태양광 랜턴이었습니다. 쉽게 꺼지는 호롱불 대신 태양광 랜턴이 할머니의 집을 밝혀줄 것입니다. 이어 펼쳐진 두 번째 선물. 커다랗게 펼쳐진 모기장이 마치 장난감이라도 되는 듯,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작은 선물이 할머니와 아이들을 즐겁게 한 것 같아 덩달아 행복해하는 조안씨. 이제 밤에도 아이들과 할머니가 모기의 방해 없이 푹 잠들 수 있겠죠? 할머니와 가족들이 좋은 꿈만 꾸기를 바래봅니다.
 
     일곱 살 뚜잇, 세 살 람보, 두 살 보러머이. 이 어린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일상은 쓰레기를 줍거나 배고픔에 울부짖는 것이 아닌,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지 않는 평범한 하루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아이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