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착한 가게, 장애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쉴만한 장소 등을 찾아 지도로 만듭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그들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지도로 만든다면 그들의 소풍은 조금이나마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서울의 중심, 서울의 대표 여행지 지방에 사는 사람이 서울에 온다면, 외국에서 친구가 놀러온다면,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장소를 하루만 여행할 수 있다면 어디를 가야할까? 몇 가지 후보 중에서도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는 가장 유력한 여행지 후보가 될 것이다.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는 위치상으로도 서울의 가장 중심부이고 역사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서울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의 옛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서울 시청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은 곳들이 인접해 있어서 서울의 필수 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다. 과연 서울을 대표할만한 장소는 장애인들에게도 열려 있을까?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과 응대가 양호한 경복궁역 경복궁역은 많은 관광객이 이용하는 역이기도 하지만 국립서울농학교가 근처에 있어 장애인들의 이용이 잦은 곳이다. 그래서 역무원들의 장애인들에 대한 대응이 능숙한 편이고 취재단의 방문에도 친절하게 안내를 도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농학교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역답게 60여개의 음성 안내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음성유도안내기 라고 부르는 리모컨을 역무실에서 받으면 곳곳에 설치된 60개의 음성 안내장치가 길을 안내해주도록 되어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욱 편리한 것은 역무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현재 경복궁역에서는 매일 아침 서울농학교 학생들이 도착할 지하철 칸으로 마중을 나가 버스정류장까지 안내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다. 만약 경복궁역이 처음이라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역무실로 연락을 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역무실 대표번호 6110-3271) 다만 전담 인력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말 등 인력이 부족한 시기에는 안내를 도울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역사적인 장소 경복궁의 역사적인 휠체어 여행기 이번 지도그리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특별했는데 그건 바로 실제 장애인이 함께 동참하고 취재에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함께한 유경재씨는 군 생활 중 훈련용 로프에서 떨어져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펜싱 선수 활동, 기업 근무 등 끊임없이 노력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함께하는 지도그리기는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발로 걸어가며 휠체어의 동선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휠체어가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장애인의 의견을 즉석에서 들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휠체어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막연히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경재씨의 말에 따르면 전동 휠체어는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이동해야하거나, 건물 안으로 들어갈 경우에는 오히려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전동 휠체어가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국가보조금은 30~40만 원 정도인데, 전동 휠체어는 고가여서 이용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경재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복궁으로 이동하는 동안 도로의 상황을 살펴보니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었다. 경복궁역 4번과 5번 출구 사이의 승강기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경복궁으로 갈 수 있었고, 경복궁역 인근의 적선노외공영주차장에서는 장애인에게 80% 할인을 하고 있었다. 경복궁은 장애인과 동반1인이 무료입장이 되어 입장료 부담도 없었다. 그리고 가장 안쪽인 태원전까지 곳곳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거의 모든 곳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다만 가장 대표적인 근정전 주변은 돌조각으로 된 바닥이어서 휠체어로 이동이 힘들고 내부는 계단으로만 이동이 가능해서 휠체어로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근정전에 굳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둘러볼 곳이 많고 이동하며 둘러보기에도 넓은 편이라 곧 아쉬움을 잊을 수 있었다.
경복궁 내부에 위치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국립민속박물관도 어려움 없이 관람이 가능하고 특히 내부에 카페테리아도 이용이 가능했다. 화장실의 경우에는 경복궁 내부의 동, 서, 북쪽 꼭지점에 장애인의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이 있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경우 안내도를 보면 쉽게 화장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관광안내소에서 경사로 설치위치와 화장실 안내도도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경사로 설치위치 현황은 배포되고 있지 않아서 관광안내소에 별도로 요청해야 했다. 경재씨는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다면 진작 와 보았을 것이라며 경복궁의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경사로가 꼼꼼하게 설치되어있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곳곳에 있다는 것 정도인데도 큰 만족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장애인의 행복지수는 크게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복궁을 나서도 계속되는 행복 경복궁 주변은 크고 작은 미술관, 삼청동과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볼거리와 먹을거리, 광화문 광장, 시청광장,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장소 등 가볼 곳이 많다. 가장 가깝고 활발하게 전시가 이뤄지는 대림미술관을 추천할만한데, 미술관 내부는 거의 턱이 없고 승강기와 장애인용 화장실이 잘 설치되어 있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또한 전시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장애인은 20% 할인된 가격으로 미술관 관람이 가능하다.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것에 비해 먹을거리를 찾기가 어려운 편인데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이런 걱정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준다. 하지만 재래시장이라서 휠체어로 이동이 불편하고 작은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편이라서 들어갈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경복궁역에서 서쪽과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경사가 있어서 휠체어로 이동하기가 어려웠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경복궁역 1, 2, 3번 출구 주변의 번화가에서 음식점을 찾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큰길가의 음식점과 카페에는 더러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출입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삼청동이나 인사동 쪽의 맛 집으로 이동하면 최고의 코스가 될 것 같다. 경복궁을 둘러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있을 것이다. 경재씨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한 경복궁 일대, 많은 분들이 소풍을 떠나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