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해외사업장 직원인터뷰] 밀알복지재단 해외사업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_레바논 편
2020.09.23
밀알복지재단 해외사업장의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 인터뷰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현장 활동가의 삶을 알아보는 ‘밀알복지재단 해외사업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2017년부터 4년간 레바논 사업장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김희진 프로젝트 매니저입니다.

안녕하세요! 레바논 안에서도 시리아 난민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자흘레라는 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사업장 프로젝트 매니저, 김희진입니다.


시리아 난민촌의 아이(좌)와 김희진 프로젝트 매니저(우) 

Q. 국제개발협력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 요르단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어려운 참상을 목격한 후 ‘난민을 도울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레바논에서 시리아 난민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사업장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레바논은 어떤 나라인가요? 레바논 사업장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레바논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타 중동 국가에 비해 민주주의 국가이고 종교에 다양성도 띠고 있는 보다 자유로운 나라입니다.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사업장을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면 ‘가족’입니다. 시리아 난민들은 전쟁으로 인해 익숙한 고향을 떠나 국가와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난민들에게 우리 사업장이 외로움과 상처를 치유해주는 제2의 가족과 같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Q.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사업장은 어떤 인도적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나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전 세계 약 5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고, 그중 시리아 난민이 두 번째로 많은 레바논에는 약 150만 명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2014년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지부를 설립하여 교육을 받지 못하는 시리아 난민아동을 대상으로 한 초등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의 저주’로 취급되는 장애인과 인권이 낮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 생계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인도적 지원사업: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존중받고 함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지원하는 사업


레바논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밀알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 

Q. 코로나19의 위기가 발생하기 전과 후 현지에서의 난민옹호활동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국제기구는 레바논 당국과 협력하여 시리아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고 많은 NGO들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시리아 난민을 지원해오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레바논 정부에서 지역 간 이동 제한, 통행금지령, 난민촌 통제 등으로 인해 회사와 상점이 문을 닫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사회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시리아 난민들이 거주하는 난민촌을 통제하여 난민들이 거주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메디컬 NGO 외에는 난민촌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국제기구나 NGO의 활동 영역도 좁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레바논 정부에서 모든 교육기관들에게 3월부터 현재까지 휴교령을 내려 시리아 난민 아동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들이 문을 닫으며 많은 시리아 난민 아동들이 교육의 기회를 잃은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난민 아동들인데 상황이 악화되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현재는 초기보단 상황이 많이 유연해지긴 하였으나 국제기구나 NGO들도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 방식이나 인원을 최소화하여 활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레바논 밀알학교 학생들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사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밀알학교 교사들이 매일 과목별 학습 영상과 학습지를 제작하여 학부모에게 문자로 발송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아동들이 이 영상을 보고 학습을 한 후 교사에게 답안을 전달하여 학습 피드백을 받으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모바일 기반 원격 교육 방식으로 현장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Q. 시리아 난민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현재 난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크게 꼽을 수 있습니다. 난민 아동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문맹이 많고 아동 노동과 조혼에 위기에 놓여 가난이 대물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도 큰 어려움입니다. 난민 아동들을 위한 교육기관의 수가 적어 한 세대가 문맹이 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레바논 내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의 전경

난민들은 일용직이나 저임금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청소년 아이들이 새벽 4시에 나가 오후 5시까지 밭일을 하고 들어오면 하루에 4불(약 4,000원) 정도를 법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수확기인 여름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성인들은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아주 값싼 저임금으로 많은 차별을 겪고 있는데 호소할 곳이나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Q. 보람찼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밀알학교에 다녔던 장애를 가진 “알리”라는 아동이 있는데 이 아동은 시리아에서 전쟁의 폭격을 겪고 그 후유증으로 소아마비를 갖게 되었습니다. 알리와 그 가족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레바논으로 이민을 왔지만, 레바논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자 알리의 엄마는 가족의 이민 준비를 위해 홀로 독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이민(난민 지위 획득) 절차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알리 가족은 긴 시간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알리의 이러한 가정 형편을 듣고 우리는 레바논 독일 대사관 및 NGO와 함께 “알리 독일 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2년의 기다림 끝에 알리 가족은 독일 난민 지위를 획득하였습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독일에 살고 있는 알리는 독일 내 장애재활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함으로써 누군가의 삶을 행복하게 바꿀 수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APIL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희진 프로젝트 매니저
(ⓒ 공익법센터 어필APIL  유튜브)

Q. 난민이 낯선 한국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지구 반대편 레바논에서 시리아 난민들과 살아가는 저는 한국 사람들이 가지는 난민에 대한 불안감과 당황스러움을 이해합니다. 사회에서 부딪혀본 경험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중동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규정했을 때는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 인간 존엄적인 측면에서 난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위험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혹합니다. 전쟁의 아픔, 책임져야 하는 가족 혹은 혼자라는 불안감... 타지에 홀로 남겨진 이들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면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민들도 우리와 같이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Q. 얼마 전에 유엔 고위급정치회담(UNHLPF)*에서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발표하셨나요? 발표소감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제개발협력 현장의 대응 경험을 나누는 파트에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젠더ㆍ난민 그리고 장애와 청소년에 초점을 두고 논의한 자리에서 젠더와 난민을 중점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레바논 내 난민을 포함한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사업장이 교육과 생계 부분에서 대응한 경험과 사례를 함께 공유하였습니다. 아울러 향후 이를 추진하기 위한 과제를 고민하며 국제사회가 함께 난민 문제를 접근해야할 필요성에 대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은데, 이런 자리가 준비되어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현지 취약계층을 위한 연대가 더욱 다양해지고 그 연대를 통해 글로벌 시민사회가 더 성장하고 뿌리 깊어지길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 국제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UN SDGs)을 주요 의제로 하는 국제회의로 UN이 주최하며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회담. 2020 HLPF는 7월 7일부터 16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웨비나로 개최. 김희진 PM이 참석한 세션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와 일본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담당한 공식 사이드이벤트 중 1개의 세션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ㆍ시민사회 간 파트너쉽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됨.


온라인 웨비나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정치회담(UNHLPF)에서
발표하는 김희진 프로젝트 매니저(ⓒ KCOC 유튜브)

Q. 레바논 현지직원 동료들에게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한마디 해준다면?
우리 현지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현지 사업장이 운영될 수 있고 아이들이 교육 받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함께 힘내서 아이들의 미래와 시리아의 미래를 위해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즐겁게 일하고 생활하며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나가보아요! 화이팅!

밀알복지재단은 앞으로도 국내외 기관들과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난민들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본 인터뷰는 김희진 프로젝트 매니저가 공익법센터 어필APIL과 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