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수화로 투표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청각장애인
2020년 4월 15일, 66.2%라는 높은 투표율 속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동안 높은 벽에 부딪혀 국민으로서 소중하고 당연한 참정권 행사가 어려웠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장애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입니다. 이에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촉수화* 통역지원을 실시하였습니다.
*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 센터
: 2019년에 개소한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인 지원센터
* 촉수화
: 대부분의 시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로 시청각장애인이 수화통역사의 수화를 손으로 만져서 의사소통하는 방법
(좌) 기표연습을 하는 시청각장애인 / (우) 투표하는 시청각장애인
이번 21대 총선 촉수화 통역지원은 사전투표 기간에 신청자가 원하는 시간과 투표소를 지정하면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 수화통역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화통역사(김현숙)의 인도에 따라 투표장에 입장한 신청자 김지현 씨는 수화통역사의 수화를 만지며 느리지만 신분증 제시 및 투표용지 수령 등 모든 과정을 수행했습니다. 투표용지 수령 이후 김지현 씨는 투표방법을 수화로 전달받고 어르신·장애인용 특수형기표용구*로 빈 종이에 기표연습 후 투표를 실시하였습니다.*
* 어르신·장애인용 특수형기표용구
: 마우스피스형/손목밴드형 기표용구, 후보자 기호와 정당별로 점자가 새겨진 틀에 투표용지를 부착하는 점자투표용지, 확대경 등으로 구성된 특수 기표용구 세트
* 선거관리위원회 측이 동석한 가운데 수화통역사와 유권자가 기표소에 입장하여 투표 실시
* 위생장갑을 착용하면 시청각장애인이 수화의 촉감을 정확히 인지하기 어려워 철저히 위생수칙을 준수하며 맨손으로 투표 진행
투표가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지현 씨는 21대 총선이 실시된다는 사실을 며칠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선거 역시 선거일이 임박하였을 때에 지인들로부터 전달 받았으며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으면 선거가 실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시청각장애인들은 후보자의 이름이나 공약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선거공보물이 있으나 같은 양의 정보를 점자로 표기하면 묵자 대비 그 양이 약 3배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면수 제한이 있어 시청각장애인이 후보자의 공약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작된 점자 선거공보물마저도 검수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잘못 표기된 점자들이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합니다. 선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지 못하는 상황은 시청각장애인으로 하여금 투표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전 모의투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된 것을 아쉬워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전 모의투표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투표방법과 후보자, 후보자 공약에 대한 사전 설명회도 진행되면 시청각장애인들의 참정권 증진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 시청각장애인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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