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는 것뿐입니다
“섬김의집에서 사회재활교사로 근무하면서 창 밖의 목련나무 개화를 보는 게 올봄이면 열세 번째가 됩니다. 그 하루하루마다 섬김의집 작은공간(48㎡) 안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산다고 하면, 어김없이 하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 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일이라니요. 그냥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는 것뿐이랍니다.”
밀알이 운영하는 공동생활시설 ‘섬김의집’에서 13년째 간사로 일하고 있는 고영숙 간사는 지난 13년 와글지글 볶으면서도 나름 깨소금 내를 풍기며 알콩 달콩 살아 왔다고 회고한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비장애인들과 통합되어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환경의 조성 즉 탈 시설과 독립적 주거생활의 영위가 가능한 주거지원이 필요하다. 가정과 유사한 주거형태 내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을 위한 각종 서비스와 지원을 하는 소규모 시설이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이다.
공동생활가정에는 일반적으로 4명의 이용자와 1명의 사회재활교사가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독립적인 생활에 필요한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할 수 있게끔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990년 밀알선교단은 맹인여성 중창단 ‘소리보기’ 창단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정진규, 이명자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오갈 데가 없어진 지체장애인 안문희, 가정에서 보호가 어려워 보호시설을 찾고 있던 또 다른 여성장애인 이렇게 넷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작은 방을 임대하고 이들의 생활을 지원한다. 이것이 밀알이 운영한 최초의 복지홈이다.
복지재단을 설립한 이후 이 같은 경험을 살려 1996년 송파구로부터 나눔의집, 섬김의집 등을 수탁해 운영하면서 공동생활가정 사업을 본격화 했으며 2013년 현재 나눔의집, 섬김의집, 성남옥수그룹홈, 아름드리그룹홈, 동행의집 등 5개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밀알처럼 건전하고 투명한 재단과 함께한다면 걱정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겠습니다!
1996년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위탁한 서울시는 일원어린이집의 관리 역시 밀알에 위탁한다.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밀알은 위탁받은 모든 사업에서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도록 관리했다.
본격적으로 어린이집사업을 하게 된 것은 1998년 8월 어린이집의 운영을 부탁받으면서부터 다. 그간 장애인 복지에만 집중해 왔던 밀알복지재단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수락을 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손봉호는 교수는 2013년 초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어떤 목사님이 밀알에 도움을 요청해오셨습니다.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 교인이 재단 부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데 이사장이 자꾸 돈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그분의 신앙양심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고민하다가 밀알을 떠올렸답니다. 밀알처럼 건전하고 투명한 재단과 함께한다면 그런 걱정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뜻은 좋았지만 장애인복지 이외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혼탁한 복지계를 정화하기 위해서라도 밀알이 어린이집 사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유아 복지계에 비리가 많아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누군가 하나 잘 하면 그 다음 사람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밀알이 본을 보이다보면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어린이집은 2013년 5개소로 늘어났고 장애아동통합보육이 가능한 4개의 어린이집(면목어린이집, 목련어린이집, 부암어린이집, 중림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장애아동의 통합보육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보육시설인 청마을어린이집을 1개 더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
1998년 밀알복지재단은 여수에 위치한 쌍봉종합사회복지관을 위탁받는 것으로 첫 종합사회복지관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의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2010년 8월 일정 재산을 출연해 전남밀알복지재단을 단독법인으로 설립해 중증장애인생활시설 에덴동산, 밀알노인공동생활가정, 쌍봉장애인주간보호센터, 장애인그룹홈 믿음의집, 여천제일어린이집, 쌍봉지역아동센터 등 몇 개의 기관을 이관하기도 한다.
1999년 4월에는 안산 장애인복지관의 운영을 위탁받게 된다. 안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재가 장애인복지의 중심센터인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중심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주단기보호시설 온유한센터와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시설인 안산밀알센터 그리고 성인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한 안산밀알보호작업장 등의 재가 장애인을 위한 생애주기별 서비스시설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개관이래 줄 곧 복지부 평가에서 최우수운영시설로 인정받아왔으며, 사회복지윤리경영실천기관과 사회복지경영시스템인증 등의 장애인복지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1998년 시작한 보호작업장은 사회로 부터 소외되고 사회적응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직업재활이라는 훈련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시설이다. 장애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노동의 댓가를 지급함으로써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며 장애인근로사업장이나 경쟁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초창기에는 시설이 열악하고 설비가 조악해 가내수공업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을 자원봉사자의 도움에 의존하기도 했으나 2008년 강남구 직업재활센터를 개관하면서 시설투자와 인력보충을 통해 이제는 제법 많은 양의 비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다.
장애인들의 솔직함과 순수함을 담는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천연비누 "무누(더러움이 없어 깨끗한 비누)"는 천연재료를 원료로 사용하다보니 원가대비 수익률이 떨어지고 대량생산되는 대기업의 비누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떨어지지만 장애인의 재활과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는 의미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강남구직업재활센터의 운영을 위탁 받은 후 부터는 제과 제빵을 전문으로 하는 밀알베이커리와 화훼와 카페 사업을 하는 우리플러스작업장도 설립했다. 현재는 장애인들이 제과제빵, 천연비누제조, 인쇄, 판매 등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전국 6개의 작업장을 갖추고 약 173명의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의 이윤숙원장은 아래와 같이 회고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어려움은 있었으나 직원들의 솔선수범과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따라준 근로 장애인들 덕분에 보호작업장은 지속적인 매출액 상승과 함께 급여상승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2012년 12월 24일 보호 작업장에서 근로사업장으로 유형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것은 특별하고 칭찬받아야 할 일이 아닙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맞고 우리는 옳게 여기는 데로 실천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