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제3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가작 - 꿈이 음악가인 청각장애인 이민수 (가명)
2018.02.06
꿈이 음악가인 청각장애인 이민수 (가명)
이충재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딱히 할 것이 없어서 그냥 놀다가 23살에 군대에 들어갔다. 나는 훈련소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자대배치를 받았다. 나는 이등병, 일병 땐 컴퓨터를 할 수 없었다. 딱히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상병 때 우연히 접한 페이스 북에 회원가입을 하였고 친구 추천 창을 눌러서 예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들의 이름을 보다가 어느 한 이름에서 나의 시선은 멈췄다. 내 시선에는 이민수 라는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잠시 나는 과거로 돌아갔다.
 
2004년 12월경 겨울 5학년 .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에 나는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고 중앙복도를 통해 4층으로 올라갔다. 중앙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복도로 나와 걸어갔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컵 비치 대에서 컵을 꺼내 물을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제 뒤쪽에서 다른 친구들이 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한테 욕하는지 궁금해서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그 친구들이 욕하는 것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 친구들은 점점 어떤 한 아이에게 다가가며 욕을 했다. 그 친구들은 차마 듣기 버거울 정도의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욕을 듣는 친구는 가만히 있었다. 나였다면 화가 나서 때렸을만한데... 그 친구는 그러지 않았다.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저는 조금 한심해 보였다. 나는 화가 났지만 수업 시간이 다 되어서 그 친구들을 말리지 않고 수업을 들으러 반으로 들어갔다.
 
5교시 수업을 끝마치고 나는 다른 반에 있는 친구를 보러 이동 중에 또 다시 그 친구들이 다른 친구에게 욕을 하고 비웃는 것을 보았었다. 욕을 듣는 친구는 다른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욕을 하고 있는 친구보다 오히려 욕을 들으면서 다른 친구와 웃고 떠들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며 더욱 더 안 좋게 생각했었다.
 
나는 반 친구에게 저 애를 아냐고 물어봤었다. 내 친구는 그냥 저 아이를 병신이라고만 했었다. 나도 사실 그 말에 딱히 반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자존심이 쌔서 누가 저한테 이유 없이 뭐라 하는 것을 참지 않았다. 그런 성격을 갖고 있는 나는 욕을 듣는 저 아이가 찌질 해 보여서 오히려 싫어했었다.
 
한번은 너무 궁금해서 욕을 하고 있는 친구한테 가서 무슨 이유로 욕을 하는 지 물었다.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재? 병신이라서 괜찮아. 너도 해봐. 재밌어.”
 
나는 그들에게 똑같이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과 똑같이 하면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들한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자기소개서 경시대회를 열었다. 모든 학생들이 참여를 할 수 있었고 3등, 2등과 1등은 전교생 앞에서 글을 읽어줄 수 있었고 표창과 약간의 지원금을 준다고 했었다. 나는 남들 앞에서 내가 쓴 글을 읽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창피하고 그럴 용기도 없어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쯤 운동장에 전교생들이 나와 아침조회를 시작했다.

아침 조회가 끝나고 3명의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께 호명되어 중앙으로 불려 나갔다. 3명은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표창창을 받고 한명 씩 3등부터 1등 순으로 자기의 글들을 읽어갔다. 3등과 2등이 끝마치고서 마지막으로 1등이 자기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너무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땅만 바라보고 있고 누구는 친구들끼리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조회대에 있는 그들의 말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1등 시상자의 글이라며 어느 한 아이가 조회대에 올라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5학년 3반 이민수 라고 합니다. 몇몇 친구들은 저를 보고 장애인이라 부릅니다. 사실 저는 장애인이 맞습니다. 청각장애인. 저는 귀가 안 들립니다. 보청기 없이 생활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저는 보청기가 있어도 마주보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들리지 않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뒤에서 제 욕을 한다고 합니다. 사실 그런 끔찍한 욕을 들을 바엔 가끔은 청각 장애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교생은 그의 개그에 다 웃었다. 선생님과 교감, 교장선생님들 조차 그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다 같습니다. 제가 장애인이라 다르다고 한다면 여러분들도 다 다르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서로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서로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를 보면 다르다고 합니다. 왜냐면 남들과 조금 다른 신체의 불편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다르다고 할 이유가 안 됩니다. 왜냐면 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팔, 다리, 눈, 귀가 없어도 그들은 사람입니다. 다르다고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제 꿈은 음악가입니다. 아직 그 꿈을 이루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나 저는 친구들보다 더 부족합니다. 귀가 좋지 않아서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학생에게 박수를 쳤다. 나는 너무 감동적이었고 그의 용기에 감탄했다.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용기를 저 친구는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그에게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옆에는 사람이 생겨났다. 그가 만든 기적은 대단했다. 그의 단 한 장의 글이 추운 겨울 속에서 따듯한 난로가 되었다. 하지만 그 기적은 내가 있었던 군대까지 전해졌다. 페이스 북에서 본 그의 이름 옆엔 당당히 미국 버클리 음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