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회사가 더 좋아요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 탐방기>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장애인이 살아가기 힘든 나라입니다. 특히 장애인들이 자활에 어려움을 겪는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경제적 자립입니다. 아직도 이 땅에는 많은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하여 기업이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장애인 고용을 꺼리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일정 규모의 사업장이면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제도가 시행되어 장애인들의 취업 해소에 일부분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장애인에게 취업은 멀기만 합니다. 어쩌면 ‘장애인이 일을 못한다’는 편견과 ‘되레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닌 함께하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 없이는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먼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의 다양한 작업 모습
2004년부터 경기도 성남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은 장애인들의 일터이자 사회참여의 장입니다. 사회적 제약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지적·자폐·정신·지체장애인을 고용해 총 5개 작업장에서 종량제 및 비닐봉투제작, 명함제작, 우편물발송(DM), 물감충진, 외주임가공 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36명의 장애인들이 주어진 작업을 해내며 삶의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일까요?
2006년 7월, 한 달간의 실습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입사해 10년 째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에 다니고 있는 박○○ 씨는 미래를 위해 매달 꾸준히 저금을 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어 부모님께 크게 해드리는 건 없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정작 부모님께서는 안정적으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그런 딸을 보면 감사하고 행복해 하신다고 합니다.
지금은 주로 포장 작업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포장에서 시작했는데 오래 일하다 보니
지금은 다양한 포장 작업을 다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결근이나 지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요.
이곳은 저에게 좋은 친구들을 선물해주었어요.
예전에 청소 일을 할 때는
그곳에서 친한 친구를 사귀는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도 많고
또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오래오래 일하고 싶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박○○(여, 35세 뇌병변 장애)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 직원
임○○ 씨는 장애로 인해서 취업을 못하고 있다가 2004년부터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에서 일하며 현재 12년 째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는 결혼 생활 중 얘기치 않게 정신장애를 진단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애인이어서 취업을 못했었어요.
돈도 벌 수 없었구요.
2004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생활에도 보탬을 줄 수 있고, 저축도 하고 있어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돈을 더 모아서
작은 아파트로나마 이사를 가고 싶은 소원이 있어요.
무엇보다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러니 열심히 일해야죠.
- 임○○(남 54세, 정신장애),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 직원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직무능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훈련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직원이 최저임금을 받는 평생직장을 꿈꾸며 서로가 협력해서 사업장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또 직원 전체가 해외여행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오래오래 일하고 싶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취업은 삶을 영위하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장애 그 자체로 인한 물리적인 제약이나 직무수행의 한계는 어느 나라의 장애인에게도 동일한 것이겠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에게 취업의 장벽은 근원적인 그 한계보다 훨씬 더 높게 느껴집니다.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더해 장애인을 고려하는 제도와 시스템의 부족과 장애인이 능력에 맞는 일을 찾기가 힘든 사회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승○○(남 31세, 지적장애),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 직원 - 종량제봉투 제조과정 중 인쇄공정을 담당하는 승○○ 씨는 제법 능숙하게 기계를 다루는 베테랑 직원이다.
성남시장애인복합사업장의 직원들은 일하러 오는 것이 즐겁다고 합니다. 이야기 나누기 위해, 심지어 동료들과 밥 먹기 위해 일하러 온다고 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행복한 길이 여기에서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편견의 시선은 우리사회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편견을 ‘할 수 있다’, ‘가능하다’라는 믿음으로 바꾸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함께 땀 흘리며 나누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장애인들의 능력을 믿고 주저 없이 일을 맡기는 다양한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은 조금씩 변화할 것입니다. 그 믿음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글 홍보팀 권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