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동묘앞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을 맞아주는 친절한 가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문화시설을 찾아 지도에 표시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외출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은 한명이 있다고 해서 하나의 단품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과 사연 안에는 희로애락이 담겨있어,
한마디 말로 그 이를 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이 모인 곳에는 인생이 있고 사연이 있어
웃음이 슬프기도 하고, 눈물이 기쁘기도 하다.
외진 찻집의 이름이 적힌 라이터, 삼촌의 삼촌이 입었을 법한 해진 군복,
한쪽만 나오는 이어폰, 뚜껑 없는 병에 반만 채워진 오래된 명품 향수.
감탄을 자아 낼만큼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물건들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돌아 이곳에 왔나 싶기도 하고,
남다른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아 맘을 기울이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 보이는 건 전부가 아니고,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눈에 드는 모든 것에서 세월이 느껴져 작은 물건조차 허투루 볼 수 없는 이곳.
물건들에 담긴 이야기마저 자꾸만 알고 싶어지는 이곳.
이곳은 동묘앞이다.
과거로 환승하기
동묘앞역은 지하철 1,6호선의 환승역이다. 그리고 출구를 나서는 순간 현재에서 과거로 옮아가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눈앞에는 수 세기의 시간들이 묘하게 섞인 장면이 펼쳐진다.
넓게 펼쳐진 좌판이 예스럽다가도 그 위에는 누군가가 잠시 내려놓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보이고, 할아버지 손에 오래된 자전거가 끌려가지만 그 옆엔 전동휠체어가 지나간다. 복잡한 전선들 사이로 오래된 여관의 간판이 보이지만, 그 옆으로는 대형마트가 있는 주상복합 건물이 있다.
1호선 동묘앞역 4번 출구부터 3번 출구로 이어지는 인도 한편에는 나란히 자리한 상인들의 물건이 놓여 있다. 언제 만들어졌을지 감도 오지 않는 멈춰버린 낡은 손목시계부터 구제 옷가지들, 뚜껑 없는 오래된 향수병, 손때 묻은 지갑과 가방들, 고단함이 느껴지는 텀블러 사이에 보이는 인스턴트커피 사은품까지.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편이지만 놀라움과 신기함을 번갈아 느끼면서 천천히 이동할 만하다.
어느 시대에는 멋쟁이로, 어느 시대에는 날라리로 불리던 사람들의 꽃무늬 남방이 지금은 복고라는 이름으로 동묘시장에서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누군가는 하늘을 지키고, 누군가는 가족의 생계를 지킬 때 입었을 항공점퍼는 다시금 백화점에서도 유행이지만, 진짜배기를 찾는 사람들은 동묘시장에 있다. 동묘시장에는 이렇게 과거에도 현재에도 곁에 있는 친숙한 것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 4번 출구부터 동묘시장으로 이어지는 인도
이야기가 가득한 그곳
아들과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함께 방문하더라도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는 어제와 오늘이 함께하는 동묘시장.
이곳은 서울 동묘 앞에 약 600여 개의 좌판이 모여 이룬 시장이다.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옛 장터 자리로 단종의 비 정순왕후(定順王后)가 궁궐에서 쫓겨나 생활이 곤궁해지자 여인들이 채소를 파는 시장을 만들어 정순왕후를 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때문에 한때는 이곳에서 행상과 노점을 하는 여인네들이 많아 여인시장이라고도 불리었고, 장거리(場巨里)라고도 하였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걷다보면 본격적인 종묘시장의 시작점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세상에 온 듯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 동묘시장에 놓인 물건들
이 길에는 중고 가구, 시계, 보석, 피아노, 카메라, 공구류, 책, 낚시용품, 골동품, 중고가전, 희귀음반, 구제 옷 상점들이 있고 수입과자를 포함한 많은 간식거리들이 저마다의 규칙대로 놓여 있는데, 물건이 신기해서 한 번, 그 가격이 의심스러울 만큼 저렴해서 한 번 놀란다.
동묘시장은 동묘앞역 3번 출구를 기준으로 약 300미터정도에 걸친다. 중간 중간 연결되는 골목에도 빼곡하게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동묘공원을 끼고 좌측으로 연결되는 길로 들어서면 예능프로에서 소개된 ‘느낌 있는’ 골목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왠지 ‘삐딱하게’ 걸어야 할 것 같다.
▲동묘시장에서 구제 옷가지를 파는 모습
낯선 생명들을 마주하다
동묘시장으로 들어가 청계천과 맞닿는 곳에 다다랐다면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조금만 걸어 가보자. 수족관을 시작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애완동물 거리가 펼쳐진다. 거북이, 병아리, 다람쥐, 토끼, 앵무새, 닭, 기니피그, 햄스터, 물고기, 파충류 등 상상이상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청계천 애완동물거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곳을 두고 혹자들은 ‘없는 동물이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간혹, 반려동물이라 칭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이는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보니,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기이하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특이하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강아지와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흔히 볼 수 없는 동물들이 흔히 볼 수 없는 상태로 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애완동물거리 초입에 있는 수족관
많은 종류의 동물들은 좁은 케이지로 구분되어 있다. 어떤 케이지 안에는 아이들이 몇 겹으로 겹쳐져 있다. 추워서일까, 두려워서일까, 외로워서일까. 수많은 동물들을 도심 속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케이지 안쪽 동물들의 짠한 눈에서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보이는 것 만 같다. 그 좁은 케이지 속에 우리들의 생각과 마음도 가두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안내판
엄마! 나 이거! 어린 날,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갈 때면 누구든 한 번쯤 외쳐봤을 말.
애완동물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면 이 말을 계속 외치고 싶은 거리인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이 있다.
지금은 종로구 창신동이지만 본래 동대문구에 속해있던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불려오던 명칭이라 그대로 불리고 있다. 도매시장이란 이름이 붙어있지만, 대다수의 점포가 소매를 겸업하여 일반인들도 방문하여 구입이 가능하다.
살다보면, 절대로 필요가 없는 물건임에도 굳이, 괜히 사고 싶은 물건을 마주칠 때가 있다. 그 물건들이 다 모인 곳이 있다면 바로 이 곳 일거다. 어릴 적, 부모님을 졸라도 얻을 수 없었던 물건들이 시중가의 30~40% 저렴한 가격으로 눈앞에 놓여 있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 동대문 문구완구 거리의 모습
새 학기가 시작할 즈음 이곳을 방문하면, 부모님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40여년의 전통을 지녔다는 이 시장은,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져 동묘시장과 더불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최대의 문구완구 거래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재현 서포터즈가 그린 동묘앞역 일대 지도
[동묘앞 역]동묘앞역은 1호선과 6호선을 포함하여 총 10개의 출구가 있는데, 이 중 1호선으로 연결되는 3번 출구와 10번 출구에만 엘리베이터가 있다. 6호선으로 연결되는 5번 출구에는 리프트만이 설치되어있다. 때문에 엘리베이터 만을 통해 지상으로 이동하고 싶다면 6호선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호선 승강장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화장실은 2번 출구와 3번 출구 쪽, 6호선에서 1호선으로 올라오는 루트에 총 4개의 장애인화장실이 있다.
[동묘시장]동묘시장 길의 노면은 평평하고 넓은 길 위에 뻗어 있으며, 물건들이 대체로 길에 펼쳐져 있어서 지나다니며 구경하기에 부담이 없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으로 다양한 이동수단(휠체어, 자전거, 보드 등)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분위기이다.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상점 앞쪽으로 이어지는 인도로 이동이 가능하며, 동물 케이지들이 대부분 밖으로 진열되어 있어 파충류처럼 온도에 민감한 동물을 제외하면 이동하면서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주차되어 길의 일부가 막힌 경우도 있어, 종종 어려움을 맞이하기도 한다.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6호선 동묘앞역 6번 출구가 가장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쪽 출구에는 리프트만이 설치되어 있어, 엘리베이터의 이용을 원한다면 3번 출구와 10번 출구를 이용해야 한다.
문구완구 시장의 거리는 길이 평평하고 넓어 둘러보기에 용이하다. 또한 밖으로 진열되어 있는 물건이 많아 늘어져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든 상점에 설치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된 대형 상점도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재현 서포터즈가 손 그림으로 묘사한 동묘 풍경
총평세련미·깔끔함과는 거리가 좀 있는 곳이지만, 종묘시장과 애완동물 거리를 거쳐 문구완구 도매시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근래에 매체를 통한 노출이 많은 곳이다. 조사활동으로 방문했던 그날, 종묘시장에는 어르신들 뿐 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꽤 많았다. 오래된 벼룩시장에 관심이 없을 것만 같은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이지만 개성 있는 그들만의 패션 아이템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공중화장실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볼거리가 많아 사람이 몰리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상점들이 넓고 평평한 도로위에 나란히 들어서있고, 물건들이 대체로 밖으로 나와 있는 편이어서 이동하면서 물건을 구경하고 구입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다.
접근성 ★★★☆☆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면 동묘시장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문구완구 도매시장이나 애완동물 거리로 바로 가길 원한다면 3번 출구나 10번 출구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나와 횡단보도를 이용하거나, 6번 출구의 리프트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어 아쉬움이 있다.
편의성 ★★★☆☆
거리의 폭이 전반적으로 넓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동대문 시장이 가까이 있고 기타 상점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물품운송수단으로 쓰이는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길을 막아 종종 이동에 불편함이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시장 골목 주변에 오래된 건물이 많아 시설이 잘 갖춰진 화장실을 찾기는 힘들다.
흥미성 ★★★★☆
서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한 물건과 동물들이 막연하게 늘어서있다. 첫 방문이라면 연신 “우와.”를 외칠 수 있는 곳이다. 구입할 항목이 명확하게 정해져있지 않다면 편하게 이동하다가 뜻밖에 눈에 드는 아이템을 건지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글: 홍보팀 김선진
사진 및 활동 :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현가람, 최예지, 김효은, 김효경, 김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