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네트워크 지원사업 - 도봉노인종합복지관
화장터에 마련된 곳에 한 줌이 된 고인을 뿌릴 때면 한 가지 생각밖에 안나요.
'살면서 욕심낼 것 없다' 결국 한 줌이잖아요.
- 굿바이 네트워크 지원사업 발인봉사단 최성달 씨 -
전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 독거노인이 점점 늘어나면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독사’는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해 독거노인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지역 내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다양한 사업은 물론 주민들과 함께 홀로 지내고 또 쓸쓸하게 임종을 준비해야하는 무연고 노인들에게 ‘굿&바이 네트워크 지원사업’을 통해 임종 후 장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굿&바이 네트워크 지원사업은 평소 돌보고 있던 독거노인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연고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외롭게 버려지듯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2004년 3월, 긴급장례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노인들에게 정서지원 및 장례관련 서비스를 현재까지 실시하고 있습니다.
도봉노인종합복지관 이은경 부장
무연고 사망자는 그야말로 연고자도 지인도 하나 없습니다. 그래서 빈소에 누군가 찾아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가족마저도 고인의 장례를 모실 수 없다며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은 임종을 앞둔 노인들의 정서적 지지와 함께 호스피스 파견, 말벗 서비스, 안부전화서비스, 생신을 축하해주는 사랑의 밥상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임종 후에는 즉각적인 장례지원을 통하여 사후방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장례진행요원을 파견하여 빈소설치, 염습·입관, 운구, 발인동행까지 하고 있습니다. 장례를 통해 최소한의 인간존엄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입관봉사 활동중인 모습(좌)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봉사동아리 <섬김을 아는 사람들>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배운 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어요.
고인의 가는 길을 우리가 함께하고
지켜드릴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봉사동아리 <섬김을 아는 사람들> -
굿&바이 네트워크 지원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신의 손길들입니다. 특히 발인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입관봉사를 하고 있는 을지대학교(구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학과 봉사동아리 <섬김을 아는 사람들>의 활동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는 사후 고인의 물품과 남겨진 집을 정리해주는 사후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고, 방학동의 정병원 장례식장은 공간과 안치실 등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등 지역 네트워크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의류사업을 하다가 사회를 위해 무언가 보탬이 되기 위해 지역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최성달 씨(65세)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발인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이들만 남겨진 집에
도배봉사를 해주던 중에 아이들 아버지가 사망을 한 거예요.
이혼한 아이들 어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오다가 강도를 당하고...
정신없었어요. 그 때 그 장례를 도와줬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 10년이 넘게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최성달 씨(64세) -
2010년 1월 23일 소천하신 故 한씨 어르신(여, 65세, 강북구)은 새터민으로 한국에 온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폐암말기 판정을 받았었습니다. 한국에 이렇다 할 가족 없이 늘 병원에 혼자 계시던 어르신에게 호스피스를 파견하여 약 3개월간 간호를 지원하였습니다. 의식이 없던 날이 많았지만 간혹 의식이 돌아온 날에는 고맙다고, 잊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은 도봉구에만 국한하지 않고 강북구, 성북구, 노원구 등 다른 지역구와도 연계를 통해 독거어르신을 위한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엔 창동종합사회복지관의 요청으로 장례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40대 자녀를 둔 70대 후반의 기초생활 수급자였습니다. 설상가상 40대인 자녀는 어머니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회복지기관이나 주민센터 등의 보호 사각지대에서 외로이 죽음을 맞이하고 방치되는 일들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가족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무연고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 분들은 지역사회의 길잡이가 되어 주신 분들이잖아요.
우리가 조금씩만 이웃을 돌아보고
관심 가진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고,
홀로 외로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도봉노인종합복지관 조혜진 사회복지사 -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발인 봉사단
필요한 건 죽어가는 자를 향한 관심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애잔합니다. 자주 갈아줘야 하는 대소변 기저귀, 늘어진 피부, 점점 흐려지는 두뇌기능까지... 이 모든 것이 삶의 마침표로 가는 죽음의 여정입니다.
늙고 병든 사람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제도적 미흡함은 많은 개선이 있어왔지만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이 시대의 노인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장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닥쳐와 끝날지 모르는 늙음과 죽음의 과정에 대한 관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따뜻한 이웃 간의 소통을 통해 소외된 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힘쓰고 있는 굿&바이 네트워크 지원사업은 진정한 복지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죽음은 언제나 우리 옆에 있고 또 그것과 늘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늙음과 죽음에 대한 객관적 배움과 마음의 가르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도 언젠간 닥칠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글 홍보팀 권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