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 닥터와 섬나라 사람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에는 ‘부시맨 닥터’라고 불리는 이재훈 의사가 있다. 제1회 이태석상 수상자인 그는 2006년도부터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않는 오지를 찾아다니며 이동진료를 펼쳤다. 현재 마다가스카르 지부에는 이재훈 지부장, 박재연 프로젝트매니저, 오현례 행정간사, 이권희, 원동희NGO 봉사단원이 ‘밀알’이 되어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을 섬기고 있다.
▲부시맨 닥터 이재훈 지부장에게 주의사항을 듣는 귀여운 꼬마 ⓒ밀알복지재단
변화의 시작, 이동진료사업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질병이 저주에 의해서 생긴다고 믿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질병을 갖고 있는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저주를 받았다고 믿고 있어서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습니다.” 오지 마을, 숲 속, 들판에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부시맨 닥터’라고 불리게 된 이재훈 지부장이 이동 진료를 시작한 이유를 말했다. 가난과 질병이 신이 내린 저주라고 믿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말해주기 위해서, 의사의 비율이 인구 1000명당 1명도 채 안 되는 0.16명인 마다가스카르에서 작은 질병 때문에 평생을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고.
이재훈 지부장과 현지 직원들은 진료를 위해 1년에 1만9000킬로미터를 이동하고, 매 진료 때마다 20여 건의 수술과 400여 명의 진료를 진행해, 해마다 4000여명이 진료를 받고 있다. 눈에 생긴 종양 때문에 한 쪽 눈을 감지 못하던 할머니가 두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고, 언청이로 태어나 저주를 받았다고 놀림 받았던 소녀가 억눌림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마다가스카르 집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린다. 도움을 청하는 환자들이다. 그 중에는 도와 줄 능력의 범위를 벗어난 말기 암 환자도 있다. 해줄 것이 없는데도 그들을 모두 만나주고 있다.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 마다가스카르 이재훈 지부장의 수기에서
“수술 어시스트를 맡아 구순구개열 아이들의 수술을 지켜보게 되었다. 입술라인을 맞춰주기 위해서 이리보고 저리보며 고민하시는 이재훈 지부장님. 구순구개열 아이들은 저주 받은 아이라고 해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이번 수술을 통해서 이제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하지 않게 되었다. 수술을 받은 아이에게 사진을 찍어 얼굴 모습을 보여주며 ‘좋아?’라고 묻자 작은 목소리로 ‘좋다’라고 대답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 NGO 봉사단 원동희 단원의 수기에서
▲사무엘 학생이 후원자의 편지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현실과 꿈의 연결고리, 아동결연사업 마다가스카르 지부에서는 마눌루따나나, 암바나뚜바나, 안자베투룽구, 아이나 피티아나바나, 이바투 사업장에서 학교를 통한 시기적절한 교육뿐 아니라 급식, 건강검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아동결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빈곤은 기회의 박탈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동들의 정보를 조사하다보면 한 부모 가정이 많은데, 어머니 혼자 부양을 하며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가다보니 아이들의 양육과 학업은 뒷전이 된다. 생활이 힘들어서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악순환이 가정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NGO봉사단 이권희 단원의 수기에서
한 부모 가정에서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부모님이 두 분 다 계시더라도 생활의 어려움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자신을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 된다. 암바나뚜바나 초등학교 학생 중에는 지난 해 중등입학시험에서 전국 10등 안에 든 합격자가 있었다. 바로 마리오(Mario)인데, 올해에는 마리오 학생의 동생인 발레리(Valerie)가 암부리드라트리무 지역(district) 전체 수석합격자가 되어서 더욱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학교와 처음에 인연을 맺었을 때 학생들은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고 등교를 했고 가정에는 돌봐줄 어른이 없는 형편이었다. 밀알복지재단의 지원으로 학교 급식을 시작하고 방과 후 수업을 진행했고, 신미식 사진작가의 도움으로 도서관과 운동장도 만들었다. 반타작으로 중학교에 들어가기만 해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아이를 제외하고 모두가 공립중학교에 합격했다.(합격하지 못한 아이들은 사립중학교에 간다.) 졸업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밝게 학교생활을 하던 모습이 떠올라 뭉클했다.”
- 마다가스카르 이재훈 지부장의 수기에서
▲긴급구호 물품을 배분하기 전 이재훈 지부장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위로의 손길, 긴급구호사업 열대기후에 속하는 마다가스카르는 열대폭풍우에 매우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인데, 2015년 1월 열대폭풍우 체드자(Cyclone Czedza), 2월 열대폭풍우 푼디(Cyclone Fundi)가 연이어 발생했다. 68명이 숨졌고 8만 명 이상의 태풍피해민이 생겼으며 농작물 및 경작지 전체의 25%가 파손되었다.
이로 인해 아날라망가주의 아동 4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 상태에 놓이게 되어, 밀알복지재단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긴급구호를 진행했다. 3월 태양광랜턴과 쌀, 의복을 지원한데 이어 5월 13일 안드라누루, 무룬다바 안드라미아라나, 누시베 자이부라, 디그 맘부디아디 4개 마을 피해주민을 대상으로 구호물품 1차 배분을 실시했다. 쌀, 콩, 멀티비타민, 가루비누 등 8개 품목을 배분했는데 구호물품을 나누는 날, 마다가스카르 지부 직원들은 마치 잔치를 준비하는 것처럼 신나했다. 마르셀 직원은 쌀이 아니라 베개를 들고 가는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50kg의 쌀을 솜털처럼 가볍게 날랐고, 마을주민들 역시 봉사를 자원해서 배분 안전요원 등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긴급구호 물품을 함께 나르는 주민들의 모습 ⓒ밀알복지재단
6월 5일에는 담요, 옥수수, 쌀, 설탕 등 9개 품목을 2차로 배분했고, 7월 2일에는 쌀, 콩, 담요, 바스켓, 여성용품 등 9개 품목을 3차로 배분했다. 총 1,087가구(약 4,646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긴급구호 사업을 펼쳤고, 이는 마다가스카르 재난관리청(BNGRC)의 구호보다 활발한 활동이었다.
재난관리청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20kg의 쌀을 배분한 것 이외에는 전혀 지원을 할 수 없었는데, 많은 지원을 해준 한국 정부와 밀알복지재단에 정말 고맙다.”며 배분현장을 찾아와 수차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마다가스카르 지부 직원들은 매트리스를 나눠주며 임시 천막의 축축한 바닥에서 잠을 자던 사람들이 오늘 밤부터 따뜻하고 포근함 잠을 잘 수 있겠다며 기뻐했고, 피해주민 라마(Ramaminiaina, 남)씨는 “재난이 났을 때는 절망적이었지만 위기가 기회가 된 것 같다. 평소에도 가난한 지역이라 가진 것이 없었는데, 재난으로 난생 처음 매트리스를 얻게 되었다. 음식과 물품들은 영양 섭취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키우고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토대가 되어준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사진을 찍으면 너무 아름답게 나와서 수해를 입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이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으니 바로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이다. 쓰레기장에 쌓여있는 유리조각에 발을 다친 소녀 드무니아(Domonina, 비둘기라는 뜻)에게 쓰레기를 줍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이의 대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행복해요. 왜냐하면 내가 일을 많이 하면 엄마가 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엄마를 생각하는 드무니아의 고운 마음,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건 사람인 것 같다.”
“어려운 사람들을 임시방편으로 돕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긴급구호의 목적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버틸 수단을 제공하여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나갈 힘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 마다가스카르 이재훈 지부장의 수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