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경복궁역 서촌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을 맞아주는 친절한 가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문화시설을 찾아 지도에 표시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외출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진경산수화의 화풍을 개척한 겸재 정선과 학자이자 최고의 예술가로 칭해지는 추사 김정희에서 시작하여, 향토적인 소재로 매 작품 강렬함을 전하는 화가 이중섭, 일제강점기 인간적인 고뇌를 서정적인 시로 기록한 시인 윤동주 그리고 특유의 해체된 양식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를 표현했던 작가 이상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이름만은 익숙할 이 대단한 이들의 공통점은 역사 속에 굵직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 서촌이라 불리는 인왕산 자락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때맞춰 옷을 갈아입으며 끊임없이 사색거리를 던지는 인왕산 때문인지, 오늘날에도 서촌 곳곳에는 개성 있는 예술가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띄워졌을 생각주머니들이 이 지역 골목 곳곳에 숨어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우리의 발걸음을 서촌으로 향하게 한다.
경복궁역에서 시작하는 시간여행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의 서쪽 사이에 위치해있는 서촌으로 가기 위해서는 3호선 경복궁역 4번, 5번 출구사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결되는 개찰구를 나와 4번, 5번 출구 방향으로 가다보면 지상으로 이동하는 또 다른 엘리베이터가 있다.
장애인 화장실은 3번 출구 쪽에 있다. 다만, 개찰구 안쪽에 위치해 있어 이미 개찰구를 통과해 나온 상태라면 역무원과 소통하여 게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화장실은 지난달 새롭게 정비되어 규모나 시설 면에서 쾌적한 상태이다.
▲ 경복궁역에서 대림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벽화
옛 정서를 마음에 들이쉬다 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아우르는 서촌지역에는 네모난 일상을 벗어나 가벼운 눈요깃거리와 소박한 여유를 찾아 들른 사람들의 발길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경복궁 북쪽에 위치한 북촌과 함께 최근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끄는 이 곳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집권세력의 거주지였던 북촌과는 달리, 서촌은 조선시대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직인 중인층이 살던 곳이다. 사대부들이 머물던 한옥들이 즐비한 북촌에 비해 서촌의 한옥은 1910년대 이후 주택 계획에 의해 대량으로 지어진 개량 한옥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가진 것에 행복해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였을 소박한 예술가들의 정서가 괜시리 느껴지는 듯하다.
▲ 대림미술관 전경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서촌 골목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경복궁역에서 나와 대림미술관을 경유하는 길을 추천한다. 3,4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골목은 큰 환풍구가 자리하고 있어 휠체어가 지나기에 어려움이 있으니, 5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하자. 4번 출구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광화문을 오른쪽에 두고 조금 걷다보면 대림 미술관이 나온다. 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시작한 이 공간은 현재 사진 뿐 아니라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친근한 미술관이 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연계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1층 카페와 휴게공간에는 턱이 있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있어 작품 관람에는 무리가 없다.
▲ 방문객들로 붐비는 통인시장
▲ 계단으로만 연결되어있는 통인시장 내 '잡도리 쉼터'
동의동우체국 앞을 지나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서촌의 명물 통인시장이 있다. 일제강점기, 인근 일본인들을 위해 조성된 시장을 모태로 하는 통인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서촌지역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점차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시장 입구에서는 엽전과 도시락 통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구입한 엽전은 시장 안 먹거리가 가득한 가게들에서 음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시장 안에는 교환한 음식을 먹기 위한 장소로 ‘잡도리쉼터’라는 이름의 도시락 카페가 있으나 안타깝게도 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있어 이용은 힘들다. 시장 중앙 고객센터 양쪽으로는 남·여장애인화장실이 각각 마련되어 있는데, 문이 수동으로 되어 있고 손잡이가 변기에서 너무 멀리 설치되어 있어 장애인이 혼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아기자기한 서촌의 골목
통인시장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본격적인 서촌거리로 이어진다. 양쪽으로 늘어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마음까지 설레게 하니 데이트 코스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휠체어로 드나들기 괜찮은 몇몇 카페와 방송에 소개된 와플가게도 산책길에 달달함을 더한다.
산책에 나서기 전 기억해야 할 점은 통인시장에서 나와 서촌 골목에 접어드는 지점부터 조금씩 경사가 생긴다는 점이다. 아쉽지만 수성동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는 윤동주하숙집터는 경사가 높아 박노수미술관 즈음에서 돌아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통인시장 끝에 있는 정자까지 돌아내려오면 1시 방향으로 연결되는 골목이 있다. 이 길은 평지인데다가 길도 넓고, 버스가 다니지 않아 다니기에 수월하다. 이 길을 걷다보면 유명가수가 앨범 자켓을 촬영하기도 했다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과 시간을 맞춰 방문해야 맛 볼 수 있다는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 작가 이상이 20년간 머물렀다는 그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총평
급경사나 거친 노면의 길도 있지만, 잘 정리된 길이 있어 사전에 경로를 확인하고 간다면 큰 무리 없는 나들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통인시장 끝 정자부터 수성동계곡으로 이어지는 골목에서는 마을버스와 급경사 구간을 만나게 되니, 윤동주하숙집터를 가고 싶다면 누군가와 동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서촌을 느끼고 싶다면, 대림미술관을 경유해 통인시장을 둘러보고, 그 끝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골목으로의 경로만을 둘러봐도 충분하다. 이 길에는 위쪽 골목보다 아기자기한 상점은 적지만 맛집들이 함께 있고, 마을버스와 급경사 구간을 마주할 일이 없다.
접근성★★★★☆
대림미술관을 지나 서촌골목으로 가는 길은 경복궁역 5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통해 접근이 용이하다. 이 길은 3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길보다 유동인구가 적고, 잘 정리되어 있다. 문턱이 낮고, 경사로가 있는 한가한 카페들도 있어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편의성★★★☆☆
경복궁역에 장애인화장실과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잘 준비되어 있어 이용하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서촌 골목으로 접어들면 공중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상점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서촌 곳곳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민영 주차장이 대부분이라 주차요금을 사전에 염두 할 필요가 있다. 맛있는 에크타르트 가게와 빵집이 있지만, 주말에 방문한다면 늘어선 인파에 문턱까지 있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흥미성★★★★☆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당신이라면 서촌을 추천한다. 사랑스러운 가게들과 곳곳에 늘어선 플리마켓,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는 자유로운 문화와 문턱 없는 몇몇 카페는 서촌 특유의 예술가적 정서에 젖어들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 서촌 조사활동을 함께 한 가족봉사단과 유경재 서포터즈
글: 홍보팀 김선진
사진 및 활동 : 가족봉사단 황준필, 박경숙, 황서영, 황현진
정근호, 김은희, 정시은, 정세훈
공명훈, 문형하, 공태일, 공현일
▲ 가족봉사단이 제작한 서촌 주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