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4.여의도역에서 만난 영원중학교 청소년활동가들
“우리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글, 사진 홍보팀 장혜영 간사
영등포구에 위치한 영원중학교 학생들을 여의도역에서 만났다. 영원중학교는 2009년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입학하면서 계단이었던 본관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리고 장애인 친구를 위해 지도를 만드는 10명의 청소년활동가가 생겼다. “PC방이 있는데 지하여서 장애인 친구는 못 갈 거 같아요.”, “제가 땀 한 방울 흘릴 때 장애인은 열 방울 흘릴 거 같아요.” 마냥 어리고 밝아만 보였던 학생들이 여의도역 주변을 탐방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길로만 다니다 보니, 차례를 기다려야 했고 천천히 걸어가야 했지만 오랜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온 몸으로 배우는 교육
'특별한 지도 그리기' 김은지 서포터즈는 청소년활동가 지도교사로 봉사를 자처했다. 그녀는 밀알복지재단에서 2년 동안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하는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경사로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는 경사로의 높이가 적당한지까지 확인해요. 화장실로 달라가서 장애인화장실은 있는지, 문턱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걸 보면 신기해요.”
“내가 익숙하게 드나들던 곳들이 누군가는 갈 수 없는 곳이란 걸 알았어요. 장애인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되었어요." - 소나영 학생 -
“일자로 걸어가면 되는 곳인데 뒤로도 가보고, 계단만 있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기도 하고 꼭 콜럼버스가 된 것 같았어요. 길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거 같아요." - 하성훈 학생 -
은지씨는 주입식으로 알려주기보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동행하고 있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길로만 다닌다는 가정을 세우고, 아이들이 마음껏 찾아 헤맬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스스로 깨달아갔다.
▲ 여의도 한강공원을 조사하고 있는 영원중학교 청소년 활동가들.
'특별한 지도그리기' 김은지 서포터즈가 선생님이 되어 지도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봉사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곳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었다가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기쁘고 뿌듯했어요. 작은 턱 하나에도 멀리 돌아가야 하고, 갈 수 없는 곳들이 생기고... 지금 제가 이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 이재빈 학생 -
어려움과 답답함을 체감해서인지 학생들은 활동 후에 그림으로 지도를 그리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보통의 봉사활동은 현장 봉사 활동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특별한 지도 그리기 활동은 현장 탐방 후에 그것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까지 해야 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 체험하는 것을 넘어 실제적으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도 자료까지 만드는 것이다. 학생은 공부하는 사람, 누군가를 돕기에는 아직 어린 사람으로 인식하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은 지금도 충분히 누군가를 도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지도를 만들며 자신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 장애인편의시설을 찾으면 메모하는 청소년활동가들(위) / 활동 후기를 작성하는 모습(아래)
위 글은 도서 '오늘 이 길, 맑음'에 수록된 콘텐츠입니다.
2016년 3월 30일 발행된 '오늘 이 길, 맑음'은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외 전국 오프라인 서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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