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아름다운 사람들 2. 합정역에서 만난 바라봄사진관 나종민 사진가
2016.04.08
아름다운 사람들 2.
합정역에서 만난 바라봄사진관 나종민 사진가
“제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찍히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글, 사진 홍보팀 장혜영 간사
 
     “엄두가 나질 않아요, 근처 사진관이 있긴 하지만, 왠지 마음이 위축되고 편하지 않아서..." 장애인과 가족들이 마음 편히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시선의 두려움 때문에 외출을 꺼리던 이들에게 자신의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살면서 진 빚, 빛으로 돌려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 나종민 사진가를 만났다. 그의 사진관은 웃는 얼굴들로, 소중한 기억들로 가득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
     나종민 사진가는 2007년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장 자리를 내려놓고, 일에 치여 변변한 취미 하나 갖지 못했던 자신에게 카메라 한 대를 선물한다. 사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촬영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장애인체육대회에서 한 뇌병변 장애인의 어머니를 만난다. 마음 편히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누구나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진관, 바라봄 사진관을 열게 되었다. 그가 바라보는 사람들, 그의 시선을 담은 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진보다, 찍히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한번은 신체장애가 있는 분이 오셔서 그 부분을 감춰드리려고 애썼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나오기를 원했고, 나종민 사진가는 자신에게 편견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로는 “휠체어를 나오게 할까요?” 얼굴이나 손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먼저 물어본다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 사람 본연의 표정을 알게 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
     한번은 자폐가 있는 여자 아이와 부모님, 남동생까지 네 가족이 사진을 찍으러 왔다. 그런데 아이는 장소가 낯설어서인지 사진관까지 들어오는데 30분, 조명 앞에 서는데 30분이 걸렸다. 어렵사리 카메라 앞에 섰지만, 도저히 찍을 수 없었다고. 나종민 사진가는 부모님과 상의하며 아버지가 비눗방울을 불며 딸아이와 함께 찍고, 남동생과 어머님이 앉아서 따로 찍어서 합성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결국 그렇게 가족사진을 남기게 되었는데, 그는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찍는 과정 역시 가족들에겐 새로운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즉 사진은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남기는 과정인 것이다. 처음 사진관에 와서 설렜던 마음, 카메라 앞에서 의논하며 함께 나누었던 대화, 가족이 함께 모였던 즐거운 기억이 남는 것이다.
     그리고 나종민 사진가는 화성시 장애인센터에서 장수사진을 찍었던 일을 떠올렸다. 지적장애가 있는 분을 만났는데, 아무리 말을 걸어도 웃지 않았다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촬영을 하고, 나중에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드렸는데, 그때 그의 웃음을 처음 보았다. 액자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빙긋 웃었다. “사진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자존감도 생기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이제 이웃의 사진만 찍어주는 게 아니라,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른바 ‘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오로라는 참여 업체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오’테르 헤어살롱에서 무료로 가족의 머리를 가꿔주고, 카페 슬‘로’비에서 단란한 식사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바‘라’봄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하며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나종민 착한사진가는 카메라 뒤에서 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있어 행복하다.

 ▲ 나종민 사진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합정역의 카페 슬로비(위)와 오테르 헤어살롱(아래).
두 곳 모두 건물 엘리베이터가 있어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하다.


 위 글은 도서 '오늘 이 길, 맑음'에 수록된 콘텐츠입니다. 
2016년 3월 30일 발행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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