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16. 올림픽공원역 주변
2016.02.18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올림픽공원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을 맞아주는 친절한 가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문화시설을 찾아 지도에 표시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외출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도심 속 현대인에게 공간이란 개념은 참으로 좁게 느껴진다. 빽빽한 지하철, 출근 버스, 사무실과 강의실. 높은 인구밀도 속에 있자니, 나 자신의 정체성마저 군중 속에 묻혀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좁은 공간에서 꾸역꾸역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세상에나 집도 좁다. 어제 미처 버리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래도 편한 집이지만, 가끔은 탁 트인 곳에 한번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대인에게 올림픽공원은 최적인 곳이다. 탁 트인 공터, 넓고 편한 길. 주변에 아무리 사람들이 뛰어다녀도 거칠 것이 없다. 왜냐, 이곳은 올림픽공원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내부에서부터 공원과 경기장까지 빠짐없이 구비된 장애인 화장실
     올림픽공원 주변엔 세 개의 역이 있다. ‘몽촌토성역’과 ‘올림픽공원역’, ‘방이역’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곳으로 가든 올림픽공원에는 쉽게 다다를 수 있다. 다만 가장 가깝고, 주차가 편리해서 ‘올림픽공원역’에서 이동하길 추천한다. ‘몽촌토성역’에는 4번 출구, ‘올림픽공원역’은 3번 출구, ‘방이역’은 1번 출구, 3번 출구 2곳에 외부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세 역 모두 장애인화장실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공원과 올림픽 경기장 내부 곳곳에 장애인화장실이 있어서 걱정 없이 산책을 떠나도 좋다. 단, 공원 내부에 매점은 부족한 편이니, 물은 꼭 챙겨가길 권장한다.
 
 
▲ 장애인화장실이 잘 구비되어있는 몽촌토성역과 방이역 지하철

좁은 곳에 지쳐있던 나를 쉬게 하는 곳, 올림픽공원
     올림픽공원은 무려 43만 평이나 될 정도로 넓은 공터를 자랑한다. 공원의 모든 구역을 다니려면 하루 가지고는 부족할 정도. 넓은 길과 공터는 더할 나위 없지만, 경사와 포장 상태는 다소 들쭉날쭉한 편이었다. 어떤 곳은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가볍게 휠체어를 끌 수 있지만, 동행자가 없으면 올라가기 힘든 곳도 있었다. 다행인 것은 경사가 심한 길이면 바닥에 ‘급경사 주의’라고 적혀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길이 매끄러워서 탁 트인 공원 잔디밭과 하늘을 온몸으로 한 번쯤 느끼고 오길 권해 본다.
 
▲ 산책하기 좋은 올림픽공원

     올림픽공원 안에는 공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시설이 있다. 설치 미술이 있는 소마 미술관, 백제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한성백제박물관. 이곳의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미술품, 고대 유물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은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준다. 두 곳 모두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 카페와 같은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은은한 아름다움이라면 공원 내 장미 정원은 화려한 아룸다움을 선사해준다.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장미들과 환한 조명의 조화는 당신의 기분마저 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세계 66개국 155명의 작가가 제작한 201점의 조각 작품들이 전시된 조각 공원

즐길 곳이 많은 올림픽공원역, 하지만 피할 곳은 피하자
     볼 것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은 올림픽공원이지만, 휠체어 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한 공간 역시 존재한다. 테니스 경기장 옆 카페 공간은 계단으로만 둘러싸여 있는 섬이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경사로는 없었다. 또한 올림픽 경기장 부근에서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낮은 턱은 횡단보도의 한 쪽 끝에만 설치되어 있었고, 실제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들이 곳곳에 보였다. 불법 주차한 차들이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낮은 턱(통로)을 가로막아, 조사를 하던 중 휠체어로 이동이 어려워 돌아서 이동해야 했다.
 
▲ 경사가 심한 길의 입구에 '급경사주의'라고 바닥에 적혀있다
▲ 도로변에 주차한 차들이 내려가는 경사로 입구를 막기도 한다

     방이역 인근에 있는 ‘방이동 고분군’은 백제시대 유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편히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 같은 곳이었지만, 휠체어로 이동하기에는 매우 불편했다. 입구에는 자칫 휠체어 바퀴가 빠질 수 있는 홈이 파여 있었고, 고분군 안 길은 돌길이라 끌어주는 사람도 걷기 힘들만큼 거칠었다. 언덕길이어서 성인남자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도 올라가기 힘들만큼 경사가 급하고, 장애인화장실로 가는 길 역시 경사가 심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이동이 힘든 방이동 고분군 길을 조사하는 유경재 서포터즈

스파게티부터 한식까지 다양한 먹 거리들
     외출을 하면 항상 고민되는 문제는 바로 식사이다. 도시락을 싸서 가는 것이야말로 피크닉의 로망이겠지만, 도시락을 싸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도 올림픽공원 일대에는 다양한 식당이 있다. 올림픽공원역 근처에는 중국요리 식당, 면요리 식당, 카페 등이 있고 몽촌토성역 근처에는 한식뷔페, 파스타집 등 다양한 식당이 존재한다. 까칠한 여자 친구의 취향도, ‘한국인은 밥심이지’라고 주장하는 아버지의 소신도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다. 게다가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게 문턱이나 계단이 없으니 골라갈 수 있다.
 
▲ 경사로가 있거나 문턱이 없는 올림픽공원의 식당들

     또한 몽촌토성역에서 방이동 고분군으로 가는 길에는 방이시장이 있다. 조사를 가기 전에는 재래시장이라 휠체어로 이동하기 불편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그런 기대를 비웃듯 방이시장의 길은 놀랍도록 잘 닦여있었다. 경사도 완만하고 가게들도 대부분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턱이 없어서 원한다면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하는 쇼핑도 좋지만, 붕어빵이나 핫도그를 먹으며 장을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사람들의 목소리와 길거리 간식들의 맛있는 냄새는 공원에서의 휴식과는 다른 힘을 줄 것이다.
 
▲ 바닥이 평평해서 이동하기 좋은 방이재래시장
▲ 사람냄새가 나는 방이시장의 풍경들
 
총평
대체적으로 길이 잘 닦여있고 식당들도 출입하기가 용이해 나들이 장소로 알맞다. 하지만 올림픽공원 내 몽촌토성 부근의 길은 경사가 급해 동행인이 필요하다. 방이동 고분군은 자갈길이라 추천하지 않으며, 공원 내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을 추천한다.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광장과 만남의 광장, 방이시장에 있는 문턱이 없는 음식점들이 많아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 특별한 지도그리기 최예원 서포터즈가 그린 손그림 지도

접근성 ★★★★☆
올림픽공원으로 가는 길은 몽촌토성역 4번 출구,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방이역 1번 출구, 3번 출구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접근이 용이하며, 길도 넓고 평평해서 좋다. 단, 보행로의 한 쪽 끝에만 경사로가 있는 길들이 많은데, 주차된 차들이 입구를 막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편의성 ★★★★☆
몽촌토성역, 올림픽공원역, 방이역 세 곳 모두 장애인화장실이 잘 구비되어 있고, 올림픽 공원 곳곳에도 장애인화장실이 있다. 주차공간도 많아 편리하며, 공원 내 문턱이 없는 음식점이 많고, 한성백제박물관, 소마미술관 내에 엘리베이터, 장애인화장실, 편의시설이 있어 이용하기 좋다.
 
흥미성 ★★★★★
파란 하늘 아래 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 있는 올림픽공원 ‘나홀로 나무’, 세계 66개국 155명의 작가가 제작한 201점의 조각 작품들이 전시된 ‘조각 공원’, 사적 제297호 ‘몽촌토성’, ‘칠지도’ 등 실제 인근에서 발굴된 백제시대 유물들을 볼 수 있는 ‘한성백제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글: 바라봄 기자단 신명수
사진: 홍보팀 장혜영,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활동: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유경재, 이보경, 이예은, 최예원
정보편집: 홍보팀 장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