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날씨에 외부 활동이 잦아지는 가을이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집 밖을 나서기조차 어려운 이들, 바로 시청각장애인이 있습니다. 이에 지난 9월 25일,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가 제1회 시청각장애인 체육대회를 개최하여 다양한 게임과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제1회 시청각장애인 체육대회 현장
함께 뛰는 경기, 함께 여는 세상
이번 체육대회에는 시청각장애인 25명과 활동지원사 및 자원봉사자 등 총 80여 명의 인원이 참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큰 공 굴리기, 미션 달리기, 판 뒤집기 등의 경기와 응원전을 즐겼습니다. 참가자들이 시청각장애인인 만큼, 대회를 기획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안전’이었습니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이자 체육대회의 기획을 담당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손창환 간사는 경기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용되는 모든 물품을 직접 만져 확인했으며, 특히 시청각장애인의 촉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장애 정도와 발생 시기에 따라 그 유형이 다양하므로, 당사자 개개인과 적합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봉사자를 1:1로 배정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서로를 이해하며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대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제1회 시청각장애인 체육대회에 참여한 장애인, 비장애인 참가자들
현장의 목소리: “같이 뛰니 더 특별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시청각장애인 김재희 씨는 자조모임을 통해 체육대회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습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모인 시청각장애인들이 한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외부 활동의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이번 체육대회가 일상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2인3각 달리기를 꼽았습니다. 혼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경기였지만, 발을 묶고 호흡을 맞추며 함께 달리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웃음을 나누는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조모임의 다른 회원들과 함께 참가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왼쪽부터) 대학생기자단 김효정 기자, 정연주 수어통역사, 김재희 참가자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우리는 선수다
손창환 간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시청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신체활동이 가능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시청각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그는 이 대회가 전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이 한 발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 체육대회에는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해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제1회 시청각장애인 체육대회 현장(미션 달리기)
응원으로 빛나던 단합의 순간
대회는 시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경기 규칙이 유연하게 조정되었습니다. 경기 거리를 짧게 줄이거나 단판 승부로 진행하는 등 ‘참여자 맞춤형’ 방식이 도입되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승패보다 ‘참여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자리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활동지원사, 참여자, 수어통역사의 역할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모두가 하나 되어 경기를 즐겼습니다. 함께 달리고, 응원하며, 웃음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장벽이 허물어지는 경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체육대회의 본래 목적을 넘어, 시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만드는 새로운 공동체적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제1회 시청각장애인 체육대회 현장(미션 큰 공 굴리기)
특히 눈에 띈 것은 응원전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이 직접 팀 구호를 정하고 율동을 준비해 선보이면서, 단순한 응원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공동체 속에서 단합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경기장’을 실현한 제1회 시청각장애인 체육대회는 시청각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도모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는 시청각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 생활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 교육 및 학습, 비장애인과의 소통에 필요한 맞춤형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센터가 시청각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임을 시사한 만큼, 이들을 향한 더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글: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단 김지윤, 김효정, 최인서
편집: 커뮤니케이션실 조예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