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밀알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 고용의 담장을 허물다, 굿윌스토어 금천점 이야기
2025.09.10

 

기부가 만드는 내일

헌 옷 한 벌, 중고 물건 하나가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 낡은 물건을 내놓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정리일지 모르지만, 그 물건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은 일자리가 되고, 자립의 한 걸음이 되며, 삶의 방향을 바꾸는 기회가 된다.


굿윌스토어는 바로 그런 변화가 시작되는 현장이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매장이 아니다.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은 누군가의 첫 사회생활이자 자립의 출발점이 된다. 기부를 통해 다양한 직무가 생기고, 익숙하지 않던 동작은 책임과 경험으로 바뀌어간다. 작은 변화는 그렇게 사회와의 연결로 확장된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을 찾으면서, 장애인의 '일'과 '존재',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내부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공간

굿윌스토어는 전국에 4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곧 더 많은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전국에서 약 980명이 일하고 있고, 이 중 500장애인 근로자

장애인에게 자선이 아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장애인의 자립을 목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앞으로 매장 수를 100까지 늘리고, 장애인 일자리 1,000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이 숫자들은 단순한 성장 계획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굿윌스토어의 의지를 담고 있다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내부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그중 한 곳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업무는 다양하지만 이곳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사람이다. 근무자들은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며, 조금씩 자신의 일에 익숙해진다. 작은 진심과 기다림이 오가는 공간, 그것이 이 매장이 지닌 분위기다.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내부

 

누군가의 속도를 기다리는 일터

이곳을 이끄는 김영준 원장은 오랫동안 유통업계에서 일하다가, 굿윌스토어의 철학과 가치에 공감해 이 현장에 합류하게 되었다그는 굿윌스토어에서의 일은 단순한 직무 수행이 아니라, 속도를 기다리고, 가능성을 믿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인식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굿윌스토어(밀알금천점,밀알남구로점) 책임자, 김영준 원장



사회 통념적으로 장애인이라고 하면 거리감을 느끼게 되죠. 잘 접해보지 않아서 일단 선입견을 가지고 거리를 두려고 그래요

우리하고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조금은 느리지만 기다려주면 돼요.” 

-김영준 원장-

 

 

일자리를 잇는 기부의 힘

굿윌스토어의 모든 시작은 기부에서 비롯된다. 의류, 신발, 가방, 생활용품 등 다양한 중고 물품들이 기증되고, 다시 정리되어 누군가의 손에 팔려나간다. 그리고 그 수익은 장애인 일자리로 연결된다그러나 항상 기부품이 충분한 건 아니다. 밀알금천점 운영진은 기증품 확보를 위해 교회, 기업, 지역 사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증 방법은 다양하다. 매장에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 또는 우리은행 ATM을 통해 방문 수거를 신청할 수 있다. 택배 기증도 가능하다. 작아진 옷 한 벌, 사용하지 않는 그릇 한 세트, 마음에 들지 않던 가방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곳에서의 기부는 단지 물건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가능성을 건네는 일이다.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내부에 위치한 기증센터

 

 

서로를 연결하는 작은 움직임

굿윌스토어는 단순한 중고 매장이 아니다.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곳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속도를 처음 인정받는 곳이다. 장애인 근로자는 이곳에서 실수를 포용받으며 성장하고, 비장애인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함께 일하고, 함께 웃고, 함께 책임지는 일상 속에서 연대가 자라난다.

 

한 직원은다른 지점에서도 알아볼 만큼 인정받는 직원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성과를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 이 일터에서 자신의 존재가 의미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바람이다. 우리는 종종 기부를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작고 사소한 움직임이 시작이 된다. 책장에 오래 잠들어 있던 책 한 권, 입지 않는 옷 한 벌, 꺼내지 않는 그릇 하나가 누군가의 자립을 이끄는 씨앗이 될 수 있다.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직원들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에서 만난 사람들과 공간은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다름을 존중하고, 속도를 기다려주며, 실수를 포용하는 문화. 그 속에서은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자존과 연결되고, 자립과 이어졌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늘, 누군가의 따뜻한 기부가 있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작고 사소한 일들을 종종 당연하게 여기고, 눈에 띄는 성과나 큰 변화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결국 작은 시작에서 비롯된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 책상 앞에 앉는 일, 출근길에 오르는 일처럼 반복되는 일상이야말로 하루를 여는 첫걸음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다.

 


글 ㅣ 대학생기자단 6기  김지수김지윤김승은

편집 ㅣ 커뮤니케이션실 조예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