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온 편지마른 하늘에 갑자기 비가 내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비치는 아열대성 기후를 가진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7,10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필리핀 중부에 위치한 큰 섬, 세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양 관광도시의 모습 뒤로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빈곤층이 사는 또 다른 모습도 있습니다.
2013년, 우리는 필리핀 세부에
“빈곤과 장애에 갇혀 있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필리핀 막탄에 지부를 설립하여 장애인과 아동을 위한 사업이 펼치고 있습니다.
알드린과 황영희 지부장
알드린과의 인연필리핀 막탄 지부는 “알드린”이라는 아이와의 인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밀알복지재단은 필리핀 세부 힐루동안 섬을 탐방하던 중 영양실조로 사경을 헤매고 있던 알드린을 만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던 알드린은 부모의 가출로 인해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 알드린의 할머니는 치매로 인해 알드린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2013년 당시 알드린의 모습
우리가 알드린을 처음 만났을 때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급히 알드린을 섬 밖의 병원으로 후송하였습니다. 가장 시급한 영양 공급을 우선적으로 진행한 후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꼬마 알드린으로부터 시작된 '필베밀하우스'하지만 장애를 가진 이 꼬마 아이를 혼자 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드린과 같은 아이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필베밀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밀알복지재단의 필리핀 사업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필베밀하우스에는 오갈 곳 없는 장애아동과 비장애들이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필베밀하우스의 안에서 장애아동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통합시설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참, 필베밀 하우스의 설립자라고도 볼 수 있는(?) 알드린은 필베밀하우스에서 특수학교를 다니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나들이는 즐거워♪" 필베밀하우스 식구들과 함께 온 나들이에 신이 난 알드린의 모습
장애아동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필베밀하우스
밀알복지재단은 필베밀하우스를 거점으로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할 뿐 아니라 생계 지원, 보장구 지원 등 장애인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동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급식을 지원하고, 방과 후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교육을 위한 장학사업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와 빈곤의 악순환중남부 필리핀의 정치·경제 및 문화의 중심지이자 필리핀 제3의 도시인 세부는 여러 도시 중 가장 역사적인 곳입니다. 세부는 총인구 2,600,000명 중 빈곤인구 1,000,163명이나 될 정도로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빈곤층이 살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장애인 취업현실은 매우 열악합니다. 그나마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은 차별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고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사회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처참한 현실에 처해져 있습니다.
장애인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빈곤의 고통을 겪고, 교육권을 박탈당하며, 장애아동을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를 돌봐야하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의 씨앗, 파그라움센터우리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고통을 덜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장애인통합복지시설인 파그라움센터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현지어인 세부아노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파그라움센터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센터가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2016년 말 완공되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파그라움센터에는 장애인과 보조교사 등 약 50명 정도가 거주하게 되고, 그 외에도 장애인의 직업재활과 지역주민을 위한 정서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파그라움센터 개소로 인해 장애인 초등학교 1곳 외에 장애인 시설이 없던 세부 막탄 지역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동행지난 11월부터 우리는 하나되는 사회를 만들고, 지역 아동들에게 건강한 일상생활의 기회와 권리를 찾아주고자 행복한 동행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아동 성매매와 도박 그리고 마약. 필리핀 내에서도 문제 지역으로 인식되었던 세부 코르도바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어쩌면 막연하고 이상적인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내 주변부터 함께해 나간다면 반드시 모두 함께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가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글 필리핀 지부장 황영희, NGO청년봉사단원 임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