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아름다운 사람들 1. 시청역에서 만난 서울도서관 신명진 사서
2016.03.31
아름다운 사람들 1.
시청역에서 만난 서울도서관 신명진 사서
“장애는 스스로에게 한계를 긋는 것입니다.”
글, 사진 홍보팀 장혜영 간사
 
 
     ‘쿵. 쿵. 쿵’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문을 열었을 때, 그는 한 사람이 계단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 사람은 힘껏 휠체어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켜 한 칸 올라섰다. 명진씨는 그날이 자신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했다. “지체장애가 있는 사람은 절대로 계단을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단을 기어오르는 사람을 보고서 ‘정말 최선을 다했니?’ 스스로 묻게 됐어요. 저의 장애는 스스로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사람이 사람에게
     서울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신명진씨는 어렸을 적 사고로 한쪽 손과 두발이 절단되었다. 그가 자신의 장애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할머니에게 “내 손과 발은 언제 자라나요?” 라고 묻고 나서다. 그에게 할머니는 분명하게 “너는 팔과 다리가 자라지 않는다.” 고 말해주었고, 과잉보호를 하거나 집안에만 있게 하지 않았다고. 명진씨는 ‘장애란 그림자처럼 어둡지만 자신과 함께 있는, 자신을 이루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미국 드라마 ‘600만 달러의 사나이’처럼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은 남자가 인조인간이 되듯이 장애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의수를 착용했다. 그런 그가 휠체어를 끌며 계단을 기어오르는 지체 장애인을 만나고 나서 의수를 빼게 되었다.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 모습에 도전을 받아 평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수영에 도전하게 되었고, 물속에서는 의수와 의족을 빼야했던 것이다. 명진씨는 도전의 범위를 넓혀 왼팔 하나만으로 한강을 도강했고, 뉴욕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했으며, KBS ‘강연 100℃’에서 감동을 전했고, ‘지금 행복하세요?’ 책을 출판했다. 그렇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게 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의수를 빼게 되었다.
 
하루하루 소중하게
     그가 자신의 책 이름을 ‘지금 행복하세요?’라고 지은 것은 한 사람의 물음 때문이었다. 명진씨의 강연을 들은 한 사람이 행복하냐고 질문한 것이다. 그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고,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명진씨는 사서로 일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매일 도서관에 와서 공부를 하던 한 시각장애인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얼마 전에 사회복지공무원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며, 너무 기뻐서 플랜카드를 붙여주고 싶다고 했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책이다. 그들을 보며 명진씨는 도전을 받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서서히 변화해간다. “서울신청사 9층에는 행복나눔카페가 있는데요. 서울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여요.” 그는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고,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복나눔카페를 추천했다. 결국은 만남을 통해 변화가 시작되기에,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고 시청은 사무를 보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모든 장소가 만남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서울도서관에 가면, 주변을 둘러보자. 그곳에서 살아있는 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신명진 사서가 추천한 서울신청사 9층에 위치한 행복나눔카페.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어 휠체어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위 글은 도서 '오늘 이 길, 맑음'에 수록된 콘텐츠입니다. 
2016년 3월 30일 발행된
'오늘 이 길, 맑음'은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외 전국 오프라인 서점과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외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도서 구입 창으로 이동합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텀블벅 프로젝트 창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