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청밀’ 탐방기>
또 하나의 복지, 청밀
청밀은 복지시설이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분명히 수익창출을 추구하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그런데, 그런 영리기업이 산하시설이라고? 우린 우리재단 산하시설인 청밀을 찾아가 보았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고청밀은 사회적 기업이다. 우리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리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즉 사회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을 그렇게 부른다. 우리재단은 지난 2008년, 노인과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노장사업단’을 창단하였다. 노인의 경험과 장애인의 노동력을 결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노인과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은 과제였다.
“노인은 일상생활에서 큰 문제가 없는데 노동력의 한계가 있었고, 장애인은 그와 반대였죠. 그들이 함께 일한다면 윈윈(win-win)을 넘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단한 기술력을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위험하지 않은 농산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가락동에 있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가서 가능성을 타진해본 후 노인과 장애인이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때마침 푸드머스에서 농산물 전처리센터를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존 유통업계에 근무했던 양창국 대표는 사업제안서를 가지고 한달음에 찾아갔다.
서울 사무실에서 창립8주년 기념식노인과 장애인의 고용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검토한 푸드머스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청밀에게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의 환영을 바라진 않았지만 말이다. 심지어 직원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음의 상처가 될 소릴 들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과 장애인들이 그들보다 업무능력이 뒤쳐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용인 양지 C&D센터 직원들의 모습 예기치 않은 어려움이 찾아올 때이렇게 문제를 안고서 계속 함께할 수는 없었다. 청밀은 일대일 면담을 시작했다. 진심을 다해 대화를 나누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청밀 직원들에게 반감을 가졌던 이들도 면담 후 차츰 오해가 풀리기 시작했고, 청밀 직원들 역시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밀에게는 그 일들이 오히려 자극제가 되었다고 한다. 기업은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좋은 품질을 선택한다. 청밀은 최선을 다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처음 1~2년은 수익은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적자의 연속이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청밀 직원들의 작업능력이 조금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레 손실이 발생했고, 어느 땐 수 천 만원이 된 적도 있었죠.”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작업라인을 변경해 보기도 하고, 직원들의 작업 동선을 가장 합리적으로 재구성 해보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선보이고 또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빵을 팔기 위한 고용이 아닌 고용을 위해 빵을 만드는’ 청밀이지만,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면 제 아무리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도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청밀은 각고의 노력 끝에 기대만큼의 수준으로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전처리 후 포장된 상품들 예쁜 미소 예쁜 상품함께 일하는 가치청밀은 식자재유통 전문기업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전달하고 그 수익으로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한다.
“영리 추구 즉, 노인과 장애인을 고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건전한 영리를 통해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해요.”
청밀은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지만 더 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분야별 전문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체, 사회복지기관 등 200여 곳의 협력기관과 거래하고 있으며, 약 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양지C&D센터 직원들 수익의 70% 이상은 고용을 위해 다시 쓰고 있다. 분명한 핸디캡을 가지고 경쟁을 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아닌 ‘함께 일하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청밀은 기업이기에 수익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사회 속에서 주어진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기업이 가지는 목표이자 또 하나의 복지일 것이다.
글, 사진 홍보팀 권태윤
사회적기업 청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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