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법인스토리 제2회 스토리텔링공모전 특별상(에이블뉴스상) - 요셉의 축복
2018.01.03
요셉의 축복
- 조시원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한 소년이 다가온다. 자전거와는 어울리지 않은 매끈한 양복차림이다. 자기 몸보다 2배는 커서 양복 속에 그를 넣어놓은 것 같이 보일 정도이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그는 항상 검은 양복을 입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남자다운 멋은 양복에서 나오는가 보다. 그가 내 앞을 지나갈 때면 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돌아오는 답이 없는 것을 보면 난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르는 것 같다. 20년을 가까이 한 동네에서 매일 인사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는 일찍이 그를 노모에게 버리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난 그가 초등학생 즈음 되어서야 그에게 부족한 면모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아마 부모는 그의 모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그의 부족한 면모와 맞바꾼 듯하다. 또한 부모에게는 어린 그의 행복보다 자신들의 두려움이 더 컸음이 분명할 것이다. 그의 이름은 ‘요셉’. 성당을 다니는 그의 할머니가 생각하기에 요셉은 가장 지혜로운 성인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그를 다독이기에는 성스러움이 부족할지도 모르는 이름이다.
  요셉은 말을 잘 하지 못한다. 느린 입만큼이나 생각하는 시간도 남들보다 항상 느리다. 듣기 좋게 말해서 ‘느리다’이다. 나이에 맞는 언어구사를 할 줄 모르고, 생각이 나는 말이 있더라도 요셉의 입은 그 단어를 말 할 수 있는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요셉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입에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보는 요셉은 말을 걸어도 알아듣는 체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입도 벙긋 하지 않는다. 때문에 주변인들은 쉽사리 요셉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다가가더라도 좋은 소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는 눈치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걸어오는 말에도 쉽사리 대꾸를 하려하지 않는다. 누군가 다가오려고 하면 모르는 체 하고 도망가는 것이 그의 의사소통방식일지도 모른다.
  도망가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보물은 자전거이다. 무슨 일이 있건 간에 그는 항상 두 바퀴 위에서 바깥 생활을 한다. 요셉은 중학생 정도의 나이가 되던 때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네발자전거도 버거워 하며 끌고 가다시피 다녔지만 요즘은 성인용 자전거를 두 손 놓고도 탈 수 있을 만큼 수준급이 되었다. 요셉에게 자전거는 특별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자전거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자신은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잠시 세워두는 경우에는 자기 주먹보다 큰 자물쇠로 단단히 고정시켜 놓는다. 그의 자전거에 손이라도 데려고 하면 강하게 거부하려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자전거 위의 요셉은 항상 검은 양복차림이다. 요셉은 어린 아이이지만 그의 몸은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지나오고 있었다. 다부진 어깨와 훤칠한 키는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의 성장에 감동을 받은 누군가가 선물한 검은 양복은 요셉에게 남자다움을 함께 주었던 것 같다.
 
  그때는 겨울 한파가 시작되는 11월의 첫째 주였다. 수능 철이기에 여기저기에서 고3 학생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요셉에게도 19살의 11월이 찾아왔다. 친구들이 수능을 준비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덩달아 긴장을 한 모양이다. 물론 요셉은 수능을 보지 않았지만 말이다. 요셉이 다니는 성당에서는 11월 첫째 주에는 수험생들에게 응원하는 미사를 한다. 수험생들은 미사 중에 앞자리에 착석하여 신자들과 신부님에게 기도를 받는다. 평소 성당을 잘 나오지 않던 학생들도 이날만큼은 부모의 손을 잡고서라도 미사에 참석한다. 주변 기운으로 중요한 날임을 알아차린 요셉도 미사를 드리기 위해 친구들과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미사 중에 수능이 무엇인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한 얼굴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수험생들을 위한 미사에는 다른 미사와 다르게 신자들과 신부가 그들만을 위해 기도를 한다. 그리고 신부는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머리에 두 손을 올려 온 힘을 다해 축복을 기도한다. 축복을 받은 수험생은 다시 자리에 돌아가 혼자만의 기도를 한다. 모든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행사는 숨죽인 채로 조용히 진행되었다. 요셉도 친구들 뒤로 제일 마지막에 줄을 서서 신부의 기도를 받았다. 자신도 신부에게서 축복을 바라는 눈으로 사뭇 경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알아챈 것처럼 뒤로 돌았다. 신자들의 눈은 모두 요셉에게 향해있었다. 요셉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과 함께 19살까지 커온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두려운 수능시험을 앞둔 친구들에게 한마디의 응원이라도 엄청난 소중함이 된다는 것을 알아낸 것 같았다. 요셉은 신부가 한 것처럼 친구들의 머리에 두 손을 올렸다. 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 머리에 손을 올려 자신에게도 부족한 축복을 친구들에게 나눴다. 신부에게 받은 축복을 그들에게 나누고 싶었던 것일까, 요셉은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물론 내 주변의 신자들은 이런 요셉을 보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요셉의 마음속에 누구보다 따뜻한 사랑이 식을 줄을 모르는 채 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험생 모두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에 힘에 부치고 있다는 것을 요셉은 알았던 것이다. 정작 그에게는 친구들과 그 달리기에 같은 속도로 뛸 수 있는 힘조차 부족하다. 매정한 하늘은 그에게 남들과 같은 축복을 주지 못했음에도 요셉은 조금도 야속해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그리고 그에게 있는 것이 남들에게 나눠줘도 모자라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엔 내 인사에 손 한번 흔들어 주지 않던 요셉에게 초콜릿을 건넸다. 다른 수험생 친구들이 응원과 함께 받는 초콜릿이 그의 손엔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눈 축복이 내가 준 초콜릿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작은 초콜릿으로도 엄청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이 뛰고 있다.
  앞으로의 요셉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느 때와 같이 두 바퀴 위에서 검은 양복 차림으로 동네를 누비며 달리고 있을 것이다. 요셉의 하루에는 매일 따사로운 빛이 내리기를 바란다. 서툰 표현과 무딘 움직임으로도 사랑을 전하고 싶은 요셉에게 매일이 소중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