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서양이 함께하는 곳
2016.04.04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서양이 함께하는 곳
 

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필리핀은 마치 진주를 흩뿌려 놓은 것처럼 7,10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수도 마닐라, 세계 3대 비치의 보라카이, 초콜릿힐과 안경원숭이의 보홀 그리고 세부 오슬롭의 고래상어 등 깨끗한 자연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휴양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눈부신 아름다움만큼이나 아이러니컬한 역사를 지닌 필리핀은 1521년 마젤란에 의해 발견, 스페인 황태자 필리페(또는 펠리페)의 이름에서 따와 오늘날의 필리핀이라는 국명을 갖게 되었다.
 
 
파괴된 문화와 오랜 식민지배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수탈과 지배를 받았다. 1898년, 스페인과 미국 간의 전쟁이 끝이 나고 양국은 파리조약*을 맺어 미국은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의 지배권을 양도받았다. 독립을 위해 미국과 연합하여 싸운 필리핀은 미국에게 경제 자원을 제공하는 대신 자치정부와 민주주의를 보장받는 조건이었다. 1946년 7월 4일 정식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필리핀 국민들은 끈질긴 저항운동을 통해 330년간의 스페인 식민통치로부터 1898년 독립,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 되었다.
 

<1898년 1월 25일 쿠바 아바나항에 들어서고 있는 미국 전함 메인호. 메인호는 3주 후인 2월 15일 정체불명의 폭발로 파괴되었고, 이는 미국-스페인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파리조약
1898년 12월 10일 미국·스페인 전쟁 결과 미국과 스페인(당시 에스파냐)가 체결한 강화조약. 스페인은 쿠바의 독립을 인정하고 푸에르토리코와 서인도 제도, 괌, 필리핀 제도 지배권을 미국에 양도하는 대가로 2000만 달러를 지불받을 것 등의 조항을 정하였다.

 
 
 2차 세계대전 피해
1941년 8월 일본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라우렐을 대통령으로 내세워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1945년 미국은 필리핀을 되찾고 이듬해 4월 총선거를 실시하여 로하스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1946년 7월 4일 미국과의 약속에 의해 필리핀 공화국으로 독립하였다.
 
한편 일본군은 퇴각하면서도 민간인에게 약탈과 강간, 학살을 자행한 이른바 마닐라 대학살을 자행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필리핀의 피해자는 약 110만 명에 달했다.
 


왼쪽부터 호세 리잘, 마르셀로 델 필라, 마리아노 폰세.
 
 
민족의 영웅, 호세 리잘
식민지정책의 강화와 수도사들의 횡포 등 스페인의 압제정치에 대항해 필리핀의 독립을 요구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필리핀 국민들의 스페인을 향한 저항은 19세기 들어 최고조를 이루었다. 그러던 중 1872년 3명의 필리핀 승려가 처형된 카비테 사건이 발생, 필리핀 국민들의 독립심을 고취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들의 투쟁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었던 사람은 바로 호세 리잘이다.
 
그는 1892년 마닐라에서 필리핀 민족동맹을 조직, 스페인의 개혁과 자치운동을 주장하며 필리핀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붙잡혀 공개 처형되었다. 그의 죽음은 필리핀인들에게 독립 의지를 불사르는 계기가 되었고, 호세 리잘은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로 지금까지 추앙되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 학교에서는 <호세 리잘>이라는 과목을 만들어 따로 가르치고 있고, 수도인 마닐라의 로하스 거리(Roxas Street)에는 그를 기념해 세운 리잘 공원과 그의 동상이 있고, 그가 죽은 날은 필리핀의 휴일로 지정되어 기념되고 있다.
 
잘있거라 내 사랑하는 조국이여
태양이 감싸주는 동방의 진주여
잃어버린 에덴이여
나의 슬프고 눈물진 이 생명을
너를 위해 바치리니
이제 내 생명이 더 밝아지고 새로워지리니
나의 생명 마지막 순간까지
너 위해 즐겁게 바치리
 
<조국에 바치는 마지막 고별> 중에서

 
이 시는 호세 리잘이 처형당하기 전날 유품 속에 몰래 남긴 70행으로 구성된 시로 세계에서 가장 애절한 애국시의 하나로 남아 있다.
 

 
교육
필리핀에는 카톨릭 교회의 포교정책과 맞물려 많은 공립학교와 대학들이 설립되었다. 1601년에 산호세에 세워진 예수회 대학은 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UP, 아테네오, 라샬 대학 등은 필리핀의 명문대학으로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대학순위가 우리나라 대학들보다 높았다.
 
또한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30%가 학생일 정도로 교육열이 대단하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력차별 속에서 교육이 출세의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약 60%의 절대 빈곤층 등 일반 국민들이 가문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좋은 대학을 졸업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 높아진 교육열은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률 증가와 대학 경쟁력의 상승 등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픔과 희망의 나라
오랜 식민지배 속에서 동서가 혼합된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게 된 나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끊임없이 투쟁해서 쟁취한 사람들. 오랜 식민 지배를 통해 의존성이 존재하지만 그 의존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바로 필리핀 사람들이다. 내일보다 오늘을 소중히 여기는 그들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간다. 그들은 삶이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아시아 속 라틴의 열정이 있기 때문일까?
 


 
홍보팀 권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