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보도 (중앙일보)치매 부모님... 나라가 효자네 (2008.07.31)
2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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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부모님 … 나라가 효자네”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이상준(80) 할머니는 3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갑자기 사라지거나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잦아졌다. 과수원을 하는 맏아들 강학대(55)씨 부부는 하루 종일 어머니만 보살필 형편이 아니었다. 강씨는 지난해 어머니를 인근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했다.

요양원의 시설과 서비스는 좋았지만 매달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게 문제였다. 지난해 2월 어머니를 맡긴 후 강씨는 자신의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돈 2000만원을 썼다.

이달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강씨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다. 어머니가 요양등급 1등급으로 판정받아 보험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시설 이용료는 20만원만 내면 된다. 식비와 이발비 등을 합쳐도 월 40만원이 넘지 않는다. 강씨는 “비용이 줄어 마음의 짐도 덜었다”며 “이제라도 국가가 치매가족의 고통을 나누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치매·중풍 환자를 공적 보험으로 지원해 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31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29일 현재 26만7796명이 신청해 이 중 52.4%(14만438명)가 보험으로 요양시설이나 재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1, 2, 3등급 판정을 받았다. 7만2618명은 이미 시설에 입소하거나 집으로 찾아오는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강씨처럼 치매나 중풍 환자를 둔 가족의 부담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고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곳에만 신청자가 몰리고 ▶과잉 경쟁으로 가격할인 시설이 등장하고 ▶시설에서 환자를 가려 받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보험 적용으로 좋은 시설에 몰려=30일 오후 서울 도봉구가 운영하는 도봉실버센터. 요양보험 시행 후 입소를 원하는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치매노인에게 맞는 건물 설계와 1:1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대기자만 180명에 이른다.

김귀자 원장은 “수도권에 필요한 시설이 96% 이상 충족됐다고 하지만 시설 간 편차가 크다”며 “100명이 정원이라 1년 이상을 기다려도 입소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설과 서비스가 열악한 소규모 시설에는 자리가 남는다. 제도 시행 전에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지만 보험이 적용되면서 이용자가 질 좋은 시설을 찾기 때문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영희 회장은 “단순 시설 수보다 가족을 믿고 맡길 만한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요양시설은 환자를 가려 받기도 한다. 며칠 전 대구에 사는 김모(50)씨는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갔다. 요양원 측은 그러나 “입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호스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운영과 최영호 과장은 “중증환자를 돌보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치매나 중풍을 가족의 부담에서 사회의 부담으로 바꾸는 데 대한 공감대 부족과 불신도 여전하다. 이달부터 건강보험료의 4.05%가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추가로 부과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는 “혜택도 없는데 내 돈 2800원을 뺏어가니 황당하다” “세금을 더 뜯으려는 속셈이다”는 식의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는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는데 혜택은 3%에게만 돌아가고 보장 범위도 기대보다 낮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보험료와 서비스의 질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