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네팔에 핀 장애인 직업재활의 꽃, 또 다른 꽃을 피우다
2022.12.29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 장애인 훈련생들


장애인 직업재활은 흔히 ‘장애인 재활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이는 단순히 장애인 직업훈련을 통한 직업기술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재활의 전인적인 역할을 하는 장애인 자립의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직업재활과 자립, 더 나아가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꽃을 피우고 있는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네팔 장애인 자립의 첫 걸음, 직업재활

밀알복지재단 네팔 사업장은 장애인의 전인적인 재활과 자립, 사회통합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팔 카브레 지역에 있는 이 센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네팔척수장애인협회(Spinal Injury Sangh Nepal)와 함께 장애인 직업재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 장애인 훈련생들은 모두 산업재해, 교통사고, 낙상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들입니다. VOICE 직업훈련센터는 이러한 장애인들이 자신의 상황에 좌절하지 않도록 사회적응 훈련 및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약 4개월간의 직업훈련과정을 통해 각자의 지역사회로 돌아가 취·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훈련 이후에도 장애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단용 플랩머신, 사무용 책상 등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인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직업훈련과정 수료식, 장애인 훈련생들에게 재봉틀 지원


직업훈련과정을 수료한 장애인 훈련생들의 열정은 취·창업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더 좋은 직업기술과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소득을 투자하여 사업을 확장하기도 하고, 장애인에게 불편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합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2021년에 재봉기초 훈련과정을 수료하고 지역사회에 자립해 일하고 있는 한 수료생을 만나보았습니다.


슈리 크리슈나 나가꼬띠(2021년 재봉기초 훈련과정 수료생)


“저는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에서 재봉 기술을 처음 배웠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웃들이 저의 재봉 기술을 보고 저에게 함께 일을 하자며 제안했고, 지금은 이웃들과 다함께 수출용 모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주문이 밀려들어와서 매우 바쁘지만, 이렇게 제가 일을 해서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쁩니다. 

- 슈리 크리슈나 나가꼬띠(2021년 재봉기초 훈련과정 수료생)



직업훈련이 피워낸 또 다른 꽃, 직업훈련강사 양성

장애인 직업재활에 이어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에 또 다른 꽃이 피어났습니다. 바로 장애인 직업훈련 기술을 지역사회에 전수하는 ‘직업훈련강사 양성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재봉기술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이 디자인, 마케팅, 교육안 작성 등의 심화 과정을 통해 직업훈련강사가 되는 과정입니다.


이웃 주민(왼쪽)에게 기술을 교육하고 있는 직업훈련강사(오른쪽)


네팔은 지형 특성상 도시와 먼 산악 지역은 접근이 어려워 직업훈련에 제약이 큽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는 2021년부터 ‘직업훈련강사 양성과정’을 운영하였고, 이 과정을 수료한 19명의 장애인 훈련생이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자신이 배운 직업기술을 전수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년 간 총 35명의 지역 주민이 직업기술을 전수 받았습니다. 이처럼 ‘직업훈련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장애인 훈련생들은 직업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선생님’이 되었고, 훈련생 및 지역 주민 모두가 건강한 자립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업훈련강사(왼쪽)와 교육생(오른쪽)


“저와 제 친구는 11살 때 학교를 중퇴했습니다. 가진 지식이나 기술이 없다 보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일이 끝나는 대로 틈틈이 와서 선생님께 재봉기술을 배우다 보니, 

저도 커서 제 가게를 열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 장애인 직업기술 교육생



Beyond VOICE, Beyond Disability(VOICE센터를 넘어, 장애를 넘어) 

네팔의 장애인들이 VOICE 직업훈련센터를 통해 직업훈련을 받고, 또 직업훈련강사가 되어 이웃에게 직업훈련기술을 전하는 것만큼, 모든 장애인이 교육 받을 기회를 보장받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정부, 그리고 직업훈련센터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역량이 계발되어야 합니다.


밀알복지재단 네팔 사업장은 이러한 장애인들의 직업훈련을 향한 목소리가 네팔 전 지역에 닿을 수 있도록 ‘장애포괄적 직업훈련지침’을 만들었습니다.


네팔 ‘장애포괄적 직업훈련지침’ 수립을 위한 TF(장애당사자, 정부 관계자 등)


네팔의 장애포괄적인 직업훈련을 위해 지난 1년 간 네팔의 모든 직업훈련센터를 관리하는 네팔 직업훈련청(CTEVT) 공무원들과 네팔장애인연맹(NFDN), 네팔한센인협회(Leprosy Mission Nepal), 네팔척수재활병원(SIRC), 장애인 건축가 등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그 결과 이번 12월 25일, 직업훈련센터 운영을 위한 네팔의 첫 ‘장애포괄적 직업훈련지침’이 발간되었습니다. 이 지침이 2023년부터 네팔 VOICE센터를 넘어 더 많은 직업훈련센터들에 도입되고, 네팔의 장애인들이 직업훈련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네팔 사업장은 직업훈련센터 및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교육과 옹호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네팔 ‘장애포괄적 직업훈련지침’ 표지 



네팔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기대합니다

네팔 장애인 직업재활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장애인의 직업훈련 기회를 보장하는 발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네팔에 ‘장애인의 사회통합’이라는 열매가 맺힐 때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날까지 밀알복지재단은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네팔 VOICE 직업훈련센터 장애인 훈련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