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고소한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특별한 두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립니다.

원두를 내리는 전영배 바리스타, 음료를 만드는 안젤리카 바리스타.

각각 발달장애와 부분 시각장애(약시)를 갖고 있는 이들은 장애인 바리스타입니다.


한국과 필리핀, 서로 국적은 다르지만 두 사람이 내리는 커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희망’을 담는다는 것입니다.

커피 한 잔에 희망을 담는 바리스타들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안젤리카 바리스타(왼쪽), 전영배 바리스타(오른쪽)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밀알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전영배입니다.

현재 서울 수서동에 위치한 강남세움근로사업장 굿윌스토어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Welcome to Hisbeans! 저는 필리핀 ‘히즈빈스 퀘존점’에서 일하고 있는 안젤리카(Angelica Allegria)입니다. 


두 분이 근무하는 밀알카페와 히즈빈스는 어떤 곳인가요?


밀알카페와 히즈빈스 전경

‘밀알카페’는 ‘굿윌스토어’ 매장 내 위치한 카페로, 수익금이 장애인 근로자의 월급과 일자리로 제공되는 착한 카페입니다.
장애인 바리스타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장애인 일터이기도 합니다.
*굿윌스토어: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히즈빈스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커피 전문점으로 퀘존점은 밀알복지재단, KOICA, ㈜향기내는 사람들이 합작해 만든 첫 해외지점입니다.
히즈빈스 퀘존점의 바리스타는 모두 장애인으로 시각, 청각,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바리스타가 함께 일하고 있어요.


밀알카페와 히즈빈스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커피를 내리는 전영배 바리스타

 

저는 복지관 선생님의 추천과 도움을 받아 2014년에 자격증을 취득하여 바리스타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곳 정도 다른 카페에서 일하던 중 ‘밀알카페’가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일터라는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바리스타로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말도 서툴고 손도 느리지만 커피에 대한 진심 하나로, 어느덧 10년 차 바리스타가 되었네요.


저 또한 오래 일할 곳을 찾아다녔어요. 필리핀은 노동법상 근로자가 6개월을 초과해 일하면 정규직 전환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6개월 이상 근무를 시켜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식당, 카페 등을 전전하며 구직하던 중 우연히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히즈빈스’를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안정된 직장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근무한지는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여러 직장을 거쳐 온 장애인 근로자의 입장에서, 밀알카페와 히즈빈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안젤리카와 히즈빈스 바리스타들

필리핀은 아직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데 히즈빈스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장애인들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예요.
히즈빈스는 항상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장애인 근로자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해요. 덕분에 카페 안에는 바리스타들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손님들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히즈빈스는 ‘장애인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곳’이에요. 온화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모습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단호한 히즈빈스의 문화가 많은 곳에서 본받아야 할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밀알카페는 또 다른 장애인 일터, 굿윌스토어와 함께 있다 보니 손님들 대부분이 장애인의 특성을 잘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서두르지 않고 음료를 기다려주세요.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느긋하게 이해해 주시는 손님들. 이런 조화로움이 밀알카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바리스타로 일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근무 중인 전영배 바리스타

점심시간에 직장인분들, 근처 거주하시는 어르신분들이 많이 방문해 주세요. 더 가깝고 맛있는 카페가 많지만 단골 분들이 항상 찾아와 주시고 격려해 주실 때 너무 행복해요.
이분들을 보며 저 또한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친절하게 일해야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저희는 카페에 손님이 들어오실 때 “Welcome to Hisbeans” 하고 인사를 합니다. 저희의 인사를 밝게 받아주시는 손님들을 볼 때 참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손님들 중에는 장애인 바리스타들을 향해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도 계시는데, 응원의 메시지를 들을 때면 저희도 누군가로부터 응원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달아 매번 감격하곤 합니다.


행복한 일터에서 근무하시는 두 분께 이 질문이 빠지면 섭섭합니다. 나에게... 밀알카페, 히즈빈스란?


근무 중인 안젤리카 바리스타

저에게 히즈빈스는 ‘희망이 보이는 카페’예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일할 수 있고, 장애인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장애인분이 계시다면 저와 히즈빈스의 이야기를 보시고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으셨길 바랍니다!
 


저에게 밀알카페는 ‘편안하고 안전한 카페’입니다. 실수해도 도와줄 수 있는 동료가 있고 느려도 응원해 주시는 손님들이 있어서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져요.
무엇보다 한 명의 근로자로 존중받고,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지내고 있어 큰 안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바라는 10년 뒤의 모습이 있을까요?


밀알카페 전영배 바리스타

지금처럼 매일 출근하고 일하는 것이 저에게는 꿈이고 희망이에요. 10년 뒤에도 전 밀알카페를 지키는 바리스타로 남아 손님들께 맛있는 커피를 내려드리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연습해서 다양한 메뉴도 만들고,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최고의 바리스타가 될게요. 많이들 놀러 오세요!(웃음)
 


10년 후면 더 많은 히즈빈스가 생겼겠죠?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히즈빈스에서 일할 수 있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카페 창업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장애인들을 고용해 함께 일하며 필리핀의 또 다른 히즈빈스를 만들어 보고 싶네요. 그날이 오기 전까지, 히즈빈스에서 열심히 배우고 준비해 보겠습니다!


히즈빈스 외벽 슬로건


두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 한 잔은 그들의 일자리를 넘어 삶의 희망이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한 잔을 손님에게 서빙하며 더 많은 장애인들의 희망을 바랍니다.


어떤 날은 그 커피 한 잔이 마냥 쓸 때도 있지만, 두 사람은 더 많은 밀알카페와 히즈빈스가 탄생할 수 있도록 커피 내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밀알복지재단도 두 바리스타의 희망이 쏟아지지 않도록, 더 많은 장애인이 희망을 내릴 수 있도록, 밀알만이 내릴 수 있는 커피를 내리겠습니다.


글.홍보실 노태수

사진.밀알복지재단, 밀알카페

  • 2024년 86호 Vol.86
    2024년 86호 Vol.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