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필리핀 퀘존 : '함께'이기에 더 행복한 '만나' 카페
2018.01.17
필리핀 퀘존 : '함께'이기에 더 행복한 '만나 카페'
 
 
혹시 장애인이 일하고 있는 식당이나 카페에 가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밀알복지재단 필리핀 마닐라 사업장 한편의 작은 공간에서는 조금 특별한 식당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바로 청각장애인 4명과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1명, 총 다섯 명의 장애인이 함께 운영하는 ‘만나카페’입니다. 장애인 직원이 일을 하는 식당이나 카페는 적잖게 경험하신 분들이 있을 테지만, 식당의 모든 직원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일 것입니다. 5명의 장애인들은 사장님과 직원의 관계가 아닌 모두가 동등한 동업자의 위치에서 식당의 경영 방침을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만나카페’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나카페 직원들
 
이른 아침부터 만나카페는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이곳에서 청각장애인 4명은 요리와 서빙을 맡고, 휠체어 장애인 1명은 주문 접수와 계산대를 담당합니다. 직원 한명은 출근 전 인근 전통시장에서 필요한 식자재를 구매하여 출근하고, 다른 4명의 직원들은 카페 청소와 재료 손질을 시작 합니다. 점심시간에 특히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만나카페의 주 고객은 인근의 PUP대학과 UP고등학교의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야 합니다. 만나카페 직원들은 이를 위해 언제나 더 좋은 메뉴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만나카페 직원들
 
만나카페에서는 한국음식과 필리핀 음식, 그리고 각종 스낵류를 판매합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음식도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그 중 돈까스와 라볶이는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메뉴입니다. 만나카페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매운 맛을 줄이는 등 현지화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자체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수화로 진행되는 회의지만, 아주 진지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진행되기도 한답니다.
 
회의 중인 만나카페 직원들
 
 만나카페 직원들 사이에도 가끔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직원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생기기도 하고, 수화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의 한계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 손님이 특별 주문 요청을 하면, 직원은 이를 주방에 수화로 통역하여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손님의 주문을 수화로 번역하여 전달하는 과정도 어려운데다가 수화를 통해서 주문을 받는 입장에서도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실수도 종종 생깁니다.
 
비록 직원들 사이에 의견차이나 오해로 때로 갈등이나 어려움이 생기지만, 조금 지나면, 대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옵니다. 그것은 아마 만나카페 직원들 모두가 5명이 함께 일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Bangsilog(필리핀음식) / 비빔밥
 
한바탕 바쁜 시간이 지나면, 다음날 준비해야 할 재료 목록을 작성합니다. 남은 재료들을 확인하여 필요한 식재료를 정해 예산을 준비합니다. 위생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재료 관리를 위해 직원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느덧 해가지고, 만나카페 직원들은 퇴근을 준비합니다. 지친 몸이지만, 식당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점검한 뒤에야 카페를 나섭니다. 다섯 명의 직원들이 다 함께 하루를 마감하며 카페를 나서는 그 순간이 가장 뿌듯하면서도 행복한 순간일 것입니다.
 
식재료 구입 목록과 영수증
 
만나카페 안에서는 그 누구도 이들의 장애를 보지 않습니다. 직원들과 손님들 모두가 서로의 가능성과 능력을 보고 응원하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때로는 서로의 부족함을 부축하며, 오늘도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 합니다.
 
 
퇴근길도 함께하는 직원들
 
하지만, 장애인 5명이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손님들과의 소통을 오직 지체장애인 한명이 다 감당해야 하고, 두 손 바쁘게 요리와 서빙을 해야 하는 청각장애인 직원들은 의사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손을 사용해야 하니 매번 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5명의 직원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곳 만나카페는 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너무나 소중한 일터이고 또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5명의 장애인직원이 매일매일 멋진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만나카페’, 이곳이 장애인 자립의 멋진 모델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직원들의 희망이 싹트는 이곳 필리핀 퀘존 사업장의 만나카페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만나카페로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