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10.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
2015.03.10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착한 가게, 장애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쉴만한 장소 등을 찾아 지도로 만듭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그들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지도로 만든다면 그들의 소풍은 조금이나마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새롭게 태어난 관광 명소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곳과 그 주변은 오랜 시간동안 의류 도매시장, 대형 쇼핑타운, 스포츠용품점 등으로 많은 사람이 붐비던 곳이다. 관광객, 특히 중국인들의 방문이 크게 늘면서 이 일대는 관광지로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서울시에서는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DDP라는 복합 문화 공간을 짓기로 하며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최근 완공된 DDP는 유명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그녀의 다른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마치 미래에서 온 것과 같은 유선형의 반짝이는 디자인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동대문운동장 터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다듬어져 이곳에 역사적인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대형 패션 쇼핑몰이 여러 개 모여 있다는 희소성, 기괴할 정도로 신기하고 거대한 유명 건축물, 역사적 공간까지. 서울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 지역은 과연 장애인들에게는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까?
 
볼거리가 많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거대한 환승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연결된 환승역이고 지하쇼핑센터와 연결되어 있어 역사가 매우 크고 복잡한 편이다. 2,4,5호선이 모두 연결된 이 역은 불가피하게 역이 매우 길게 되어 있어 이동거리가 긴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지하로 먼 거리를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 3개의 노선이 겹쳐지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거대한 환승역답게 다른 역보다 많은 2개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DDP로 연결되는 1번 출구 근처의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2대가 들어갈 정도의 넓이여서 매우 편리하다. 2,3번 출구 근처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 남녀 모두 어려움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1번 출구는 DDP와 연결이 되어 있고 건너편 쇼핑타운 쪽으로도 연결이 되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한다면 1번 출구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엔 동대문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좋은데 장애인에게 80% 할인혜택을 주고 있어 부담이 적다. 공용주차장은 DDP와 맥스타일 사이 길로 DDP를 오른쪽에 끼고 돌면 진입할 수 있다.

역 주변의 작은 가게들
     3번 출구 건너편 광희문 바로 옆에는 아주 독특한 모습의 카페가 눈길을 끈다. 캐릭터를 모티프로 한 마조앤새디 카페인데 2층엔 갖가지 캐릭터 인형으로 가득한 아늑한 공간이 있어 친구와 약속을 잡기 좋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2층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휠체어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3번 출구 주변에는 스포츠 브랜드의 양대산맥인 나이* 와 아디** 매장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나이* 매장은 도움이 없이는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어려웠지만 아디** 매장은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가 들어가기도 편리했고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있는 마조앤새디 카페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공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드디어 미래에서 온 것만 같은 공간에 들어가 볼 차례다. 각진 곳 하나 없이 곡선만으로 이뤄진 이 건축물은 무겁게 내려앉은 반고체 덩어리 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하다. ‘주변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서울의 자랑이 될 만한 건축물이다’ 등등 말도 많았지만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장애인에게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는지만 판단해 보기로 했다.
 
▲ 건물위치와 편의시설 정보를 모아둔 DDP 내의 안내시설과 곳곳에 쉴 수 있는 자리가 배치된 DDP 실내모습

     대형 건물일수록, 그리고 최신 건물일수록 장애인에 대한 편의 시설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일단 지하철에서 완만한 경사로로 바로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부터 점수를 줄 만 하다. 대부분의 전시에 장애인 할인이 된다는 점도 좋다. 장애인 화장실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합격.
     하지만 디자인장터 내부 장애인 화장실을 직접 확인해봤을 때 물이 나오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불을 켜는 곳이 문 입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동센서도 작동하지 않았다. 불을 켜는 스위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찾을 수 있을 만큼 구석에 있었다. 이에 고객센터를 찾아가 고객의 소리에 메시지를 적었고, 바로 다음날 ‘자동으로 전등이 작동되도록 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물이 나오도록 점검해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 중인 점은 좋았지만, 사전에 공사 중이라고 표시를 했다면 장애인분들이 헤매지 않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체적으로 층간 이동이나 건물 안에서의 이동이 편리하고, 카페와 식당 등의 먹거리와 전시장과 같은 볼거리가 밀집되어 있어 약속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 장애인 화장실, 그리고 
DDP 고객의 소리함에 장애인 화장실 불편사항을 적어 답변을 받았다.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쇼핑센터들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전부터 의류 원단시장, 의류 도매시장으로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고, 언제부턴가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고 상인들뿐만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이제는 ‘동대문’하면 쇼핑이 떠오를 정도로 쇼핑의 천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최근에는 DDP와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면서 으리으리할 정도의 거대 쇼핑타운이 형성되었지만 모든 곳을 소개하기는 어려워 역에서 가깝고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곳 위주로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가장 가까우면서 이동이 쉽고 영화관까지 있어 추천하고 싶은 ‘굿모닝시티’. 이곳은 주변 쇼핑몰 중에서도 통로가 가장 넓은 편이어서 이동이 쉬운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역에서 아주 가깝고 DDP쪽에서 진입도 편리해서 여러 쇼핑몰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지하 3층엔 찜질방, 그리고 9층에 영화관이 있어 여가를 즐기기에도 좋다. 영화관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잘 설치되어 있었다. 다만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표시되지 않아 주의를 요한다.
     바로 옆 apm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문이 밀기 어려운 미닫이 문이라서 조금 아쉬웠다. 1층에 여성용 장애인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남성용 장애인 화장실은 찾기가 어려워 이점도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 장애인 화장실은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표시가 되지 않아 화장실을 점검하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 패션 쇼핑몰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 중인 특별한지도그리기 서포터즈 

매력적인 헌책방 거리
     두산타워를 지나 청계천 쪽으로 가다 보면 헌책방 거리가 있는데 책방 안으로 들어가기는 어렵겠지만 길을 지나며 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만하다. 대형서점만이 살아남는 요즈음에 헌책방의 책들을 본다는 것은 아주 독특한 경험이 될 수 있고, 많은 책들 사이에서 혹시나 모를 진귀한 책을 찾는 행운도 기대해 볼 만하다. 새 책 대비 가격이 싸다는 점도 매력. 헌책방 거리로 바로 가고 싶다면 동대문역을 이용하는 편이 더 편하다. 동대문역 9번 출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쪽을 이용하는 편이 더 가깝고 편하다.
     헌책방 거리 바로 옆으로는 청계천이 흐르는데, 오간수교와 버들다리 사이에 경사로로 진입하면 청계천으로 내려갈 수 있다. 종각이나 시청 편에서 다루었듯 종로측 이동로를 이용하면 휠체어로도 산책이 가능하다.
▲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헌책방, 동대문역 9번 출구에서 가깝다.

총평
     거대한 새 건물이 장애인에게 주는 편의성은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편의시설 면에서도 추천할 만 했다. 하지만 유도블럭의 설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지하철 앞의 보도와 DDP 내부에도 시각장애인들의 이동을 위한 유도블럭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드문드문 출입문에 점자만 보였다.
     그리고 대형 건물 외에 가볼 만한 곳이 많이 줄어든 점도 아쉬웠다. DDP, 쇼핑센터들 외에 길거리 음식이나 아기자기한 가게는 찾기 어려웠고, 쇼핑센터의 경우 생각보다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 많아 관광객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장애인 편의시설과 별개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장소였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만들어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가며 마주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배려하고 동행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장애인분들의 약속장소가 굳이 크고 새로 지어진 건물만 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접근성: ★★★★★
편의성: ★★★
재미: ★★★
 
: 작가 정지영
사진: 홍보팀 장혜영

활동: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강원구, 김은지, 김찬걸, 유경재, 조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