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09. 종각역 주변
2014.12.18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종각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착한 가게, 장애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쉴만한 장소 등을 찾아 지도로 만듭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그들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지도로 만든다면 그들의 소풍은 조금이나마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 장애인을 위한 지도를 만드는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에는 종각역으로.
     매해의 마지막 날 밤을 보내게 되는 곳, 종각역. 이곳에서 보신각 종을 치며 새해를 맞는 풍경은 익숙할 것이다. 종각이라는 이름도 보신각에서 나온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시청, 을지로, 종로, 청계천 등과 인접해있어서 서울의 중심이라는 느낌을 주는 종각역은 1호선에 위치해있다.
     1호선은 다른 지하철 노선보다 노후되었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다른 노선에 비해 낙후된 편이어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때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각오가 필요했다. 종각역에는 3번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크기가 조금 작은 편이라 휠체어로 타고 내릴 때 주의가 필요했다. 1번 출구에는 이보다 더 큰 크기의 엘리베이터가 설치 중이라고 하니 그래도 다행스러웠다. 1호선에 장애인 편의 시설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것은 1호선의 노후 된 시설이 장애인 시설을 마련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고, 역사의 위치가 사유지나 주요 시설과 겹쳐 있다 보니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 종각역 3번 출구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종각역은 역사가 크지는 않았지만 ‘종각 지하 쇼핑센터’와 연결되어 있어 지하도를 통해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3번 출구 외에 쇼핑센터 출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이동 후 밖으로 나가는 것에는 제약이 따랐다. 종각역 주변의 주차장은 SC제일은행 본점 주차장을 추천한다. 12시간에 8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지상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보신각 주변에 종각 노상 공영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주차면이 13면에 불과해 주차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종각역 만남의 장소, 대형서점.
     종각에서 만남의 장소를 정할 때면 첫 번째로 고려할만한 곳 중에서 가장 유력한 장소가 바로 보신각 앞, 아니면 대형서점일 것이다. 이곳의 대형서점은 오래되기도 했고 크기도 아주 큰 편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먼저 종각역에 바로 연결된 ‘반디 앤 루니스’는 안타깝게도 장애인에게는 역에서 바로 연결된 서점이 아니었다. 연결통로에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가 없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결통로 회전문에는 휠체어를 위한 자동문속도조절 버튼이 있어 아이러니했다. 이 서점으로 가려면 휠체어로 3번 출구 옆 엘리베이터를 통해 밖으로 나간 뒤, 빌딩의 1층 입구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그나마 멀리 돌아가지 않고 찾아갈 수 있어 다행인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강요된다면 아마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한 가지 더 위로가 되는 것은 서점이 위치한 종로빌딩 1층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점이다.

▲ 휠체어를 위한 회전문 속도조절 버튼이 있지만 계단으로 되어있던 모순적인 서점 입구

     종각역 5, 6번 출구로는 ‘영풍문고’로 직접 들어갈 수 있지만 역시 장애인은 제외되었다. 계단이 있어 휠체어로는 들어가기 어렵고 1층 빌딩입구로 가야하는데 그렇다면 3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나와 횡단보도 2개를 건너 가야하니 책을 사기위해 그렇게 돌아가기를 추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혹시 청계천을 따라 이동하다가 ‘교보문고’에 가게 된다면 1층 빌딩입구를 이용하도록 하자. 이곳의 장점은 층별로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교보문고가 광화문역과 연결된 곳인데도 불구하고 지하철에서 직접 이동할 수는 없어서 다른 서점들과 마찬가지로 아쉬움을 주었다. 이곳에서 책을 보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교보문고가 책장 사이가 넓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많아서 서점을 이용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오늘 3곳의 서점을 다니면서 만난 유일한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번화가이지만, 갈 수 있는 음식점은 따로 있다.
     먹고 마실 만한 곳을 찾기 위해 ‘그랑서울’과 ‘종로 젊음의 거리’를 살펴보았다. 그랑서울은 종각역 1번 출구 나와 바로 찾을 수 있는 곳인데, 이중 ‘식객촌’은 옛 피맛골을 되살린 곳으로 만화 ‘식객’을 모티브로 꾸며져 있어 이색적이었다. 게다가 턱없이 진입이 가능하고 다양한 맛집이 있어 추천할만하다.

▲ 턱이 없는 그랑서울의 음식점들

     종각역 4번 출구 주변은 종각역 최대의 번화가로 ‘종로 젊음의 거리’로 불린다. 젊음의 거리답게 여러 종류의 음식점과 카페 등이 꽉 들어차있고 중심거리에는 포장마차와 가두매점 등이 펼쳐져 활기를 준다. 사람들을 구경하고 포장마차에서 건식거리를 즐기기에는 좋지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작은 가게들이 많아도 들어갈 만한 가게가 없다는 점, 화장실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거리는 아니었다. 특히 종로대로변과 맞닿은 거리는 매우 혼잡한 편이라 주의를 필요로 했다.
 
청계천, 가고 싶지만 가기 어려운.
     서울 도심에 흐르는 청계천. 종각에 오면 누구나 청계천에 가보고 싶지 않을까. 종각 주변에서 휠체어가 청계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은 청계천 광장 쪽 경사로와 삼일교 근처의 엘리베이터였다. 청계광장 경사로와 삼일교 옆 엘리베이터는 청계천을 경계로 서로 반대편이고 도보 및 휠체어 이동시 약 5분 이상 소요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동거리나 진입로 위치가 큰 불편을 줄 때도 있으므로 청계천을 이용 할 예정이라면 미리 알아두고 가는 편이 좋겠다. 또 한 가지 청계천을 휠체어로 이동하기에는 남쪽 보도 보다는 북쪽 보도를 추천하고 싶다. 길이 더 넓은 편이고 돌길도 거의 없어 휠체어로 다니기에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청계천에서 특별 행사를 할 경우에는 남북쪽을 각각 일방통행으로 통제하는 경우도 있으니 서울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가면 도움이 될 것 같다.

▲ 삼일교 근처에 엘리베이터를 찾아
▲ 장애인화장실이었지만 좁아서 휠체어로 사용이 어려웠던 곳

     청계천에서 산책을 할 경우 화장실에 가려면 청계천에서 위쪽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주변에 대형 건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웠다. 공중화장실 표시가 있는 건물은 지하에 화장실이 있어 아무리 급해도 도저히 휠체어로는 이동할 수 없거나, 장애인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고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삼일교 근처에 관광안내소에는 유료화장실이 있는데 마땅한 화장실을 이용하기 힘든 경우에 이 화장실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용료가 100원이기는 하지만 화장실을 찾아 멀리 가는 것보다는 100원을 쓰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만약 휠체어나 유모차가 필요하다면 청계광장 안내소에서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으니 만약의 경우에 참고할 만하다.

▲ 누구나 가보고 싶은 청계천
 
총평
     종각역 주변은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기에 쾌적한 곳은 아니다. 서울의 유명 관광지와 가깝고 도심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지만, 둘러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의 위치를 익히고 간다면, 청계천 산책과 서점 탐방은 누구나 가고 싶은 코스가 아닐까. 주요 도로는 경사가 없어 이동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많이 붐비는 주말이나 집회가 있어 사람이 모여 있는 경우에는 이동에 곤란을 겪을 것 같다. 되도록 1번 출구 주변으로는 동선을 잡지 않기를. 



접근성: ★★★
편의성: ★★
재미: ★★
: 작가 정지영
사진: 작가 정지영, 홍보팀 장혜영
활동: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강윤생, 김은지, 김찬걸, 유경재, 조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