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02. 숙대입구역
2014.01.06

  

8화 특별한 소풍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2. 숙대입구역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이 되어 떠나보는 소풍. 비장애인들이 흔히 가는 곳, 친구들을 만나곤 하는 즐거운 추억의 장소.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두려운 곳일 수도 있는 그곳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갔을 때 꼭 필요한 지도를 그립니다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려 합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착한 가게, 장애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쉴만한 장소 등을 찾아 지도로 만듭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그들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지도로 만든다면 그들의 소풍은 조금이나마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화로 게재했던 가로수길에서의 첫 번째 지도 그리기 작업을 해보니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지도를 만든다면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다 그려놓고 보니 장애인들이 갈만한 곳은 너무 적었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방해가 될까 두려워졌다. 그리고 도로사정은 휠체어가 다니기에 너무 좁았고 턱이 많아 위험했다. 대형 의류 매장 말고는 들어갈 수 있는 곳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장애인들이 굳이 그런 힘든 장소로 여가시간을 보내러 가게 될까? 아마도 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지도가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그 질문에도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장애인들은 여기저기 저마다 자신의 동네에 살고 있고, 어느 장소를 소개한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먼 곳의 이야기일 뿐일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도를 만들어야 했다. 어디든지 가리지 말고 차근차근 조금씩 지도를 만들어 서울 전부를 뒤덮는 지도를 만들자! 다만 지하철이 다니는 곳이라야 편하니까 지하철역에서 골라보자! 그리고 눈을 감고 무작위로 한 곳을 쿡 찔러 정한 곳, 바로 숙대입구역이었다 

 


 

숙대입구역 근처에 뭐가 있더라? 그래도 대학가인데 뭐라도 있겠지. 무작정 길을 나섰다. 숙대입구역 주변 한강대로변은 대형음식점 몇 개와 옷가게 등이 늘어서 있었다. 평지이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분빌 때가 있어서 조금의 주의를 요했다. 그다지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만약 안경이나 콘텍트 렌즈를 맞춰야 한다면 한번쯤 가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휠체어로 매장에 들어서기도 쉽고 문턱도 낮은 에덴 안경 콘텍트가 있기 때문. 친절한 사장님은 장애인들이 찾아와도 언제든 불편하지 않게 맞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큰길을 건너 맞은 편에 떡삼시대라는 음식점도 턱이 없어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한강대로변에는 장애인들이 들어갈 만한 곳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숙대입구역 10번 출구(엘리베이터 설치되어 있음)로 나와 숙명여대 방면으로 굴다리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길게 오르막이 시작된다. 휠체어로 오르막을 오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만 휠체어를 밀어줄 친구와 함께이거나 전동휠체어로 이동할 경우, 혹은 시각장애등 오르막을 오르기에 어려움이 덜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슬슬 올라갈만한 길이었다. 생각보다 갈만한 곳이 많은 길이기 때문이다 
 


 

먼저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편으로 제이드헤어가 보인다. 숙대 앞에서 오랜 시간 영업을 해온 곳답게 친절한 직원들이 맞이해주었다. 직원들은 장애인들이 온다 해도 친절하게 맞아줄 수 있다며 약속을 해주었다. 휠체어가 거추장스러워서, 혹은 장애가 있는데 미용실에 가기 두려웠던 분들이라면 다음부터는 이곳으로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제이드헤어바로 옆으로는 간판이 없는 옷가게가 하나 있다. ‘망고라는 이름의 이 옷가게는 턱이 없어 그대로 들어갈 수도 있다. ‘망고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하지만 오르막만 아니라면 장애인들의 거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문턱 없는 가게도 많고 인도의 경사로 처리도 잘되어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도 꼼꼼하게 설치되어 있다 
 


 
이 거리에는 먹거리와 카페, 은행, 휴대전화 가게, 네일샵 등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턱을 없애고 영업 중이었다. 굳이 가게로 들어가지 않아도 길에서 직접 주문하고 음식을 받을 수 있는 분식집들도 많은데 특히 달볶이가 유명하다. 먹거리를 해결한 뒤에 들어갈 만한 카페도 많은데 페기파이, 빈스쿡 등 몇 군데 중에 고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구매하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미샤왓슨스같은 매장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고 다양한 물건들이 잘 구비되어 있어 미뤄둔 살것을 사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매장 안을 모두 자유롭게 돌아다닐 만큼 큰 규모는 아니라 점원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았다. 만약 새로운 휴대전화를 구입하려 한다면 몇 개의 휴대전화 매장이 있으니 이 점도 걱정이 없다. 좀 더 시간이 된다면 골든 네일에 들러 예쁜 매니큐어를 발라보는 것도 좋겠다 

 


 

힘을 좀 더 내서 오르막의 끝까지 갈 수 있다면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시원한 그늘에서 산들바람을 맞으며 쉬기에 딱 좋은 효창공원이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 입장도 자유로워서 부담 없이 앉아서 쉬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숙명여대 제2 캠퍼스에 위치한 주차장을 이용하는 편이 가장 좋겠다. 대부분의 점포들은 길가에 위치하고 있고 따로 주차장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평: 오르막만 아니라면 훨씬 좋았을 것.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문턱을 없애고 영업 중이었고 보도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장치가 잘 마련된 편. 특별히 유명한 곳이 있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함.

접근성: ★★★★

편의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