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케냐 키수무 사업장 모니터링 - 공동체 모델을 통한 사회통합으로의 접근
2017.07.04
케냐 키수무 사업장 모니터링 
공동체 모델을 통한 사회통합으로의 접근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뻐요. 그리고 아이와 저도 이제 조금씩 마을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어요.”
 
장애와 가난보다 소외가 더 무섭다던 어머니의 얼굴에 이제 조금씩 미소가 생겨납니다.
 
 
장애와 사회통합을 연결하는 핵심은 '역량'입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문제를 단순히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배려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도록 만들어 장애를 가진 사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개인이 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 이것이 공동체 모델을 통한 사회통합으로의 접근입니다. 장애를 역량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개인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바라볼 때 장애와 사회통합이 조화롭게 연결됩니다.
 
지난 5월말, 밀알복지재단은 케냐 아프리카 권역본부와 키수무 지역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키수무로 향하기 전, 먼저 나이로비 본부를 돌아봤습니다. 나이로비 권역본부의 중점과제 중 하나는 장애아동 재활치료입니다. 현지 특성 상 장애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장애를 조기에 치료해 만성적 장애 발생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케냐 권역본부에서는 장애아동에게는 작업치료를 지원하는 동시에, 장애아동의 부모에게도 작업치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의 치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치료역량강화를 통해 가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장애아동의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업치료 방식은 나이로비에서 300km 떨어진 키수무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님들은 여느 활동보다도 작업치료교육에 높은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작업치료의 목적은 일상생활 기능을 개선하는데 있습니다. 장애로 인해 기능이 저하된 부위를 마사지해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적정한 활동과제를 부여해 아이의 자립성과 신체적 활동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30여명의 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의 부모에게 치료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좋은 평가와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활치료를 위한 시설, 의료시설이 부족한 케냐에서는 외부 의료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자 하는 부모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각 가정의 치료역량강화는 나아가 공동체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점차 개별가정만의 치료 노하우가 발전될 것이고, 그것을 이웃과 주변에 서로 나누게 되는 과정에서 이웃과의 연대, 소속감이 향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키수무 지역에서는 추가로 활동보조인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농촌지역인 키수무는 각 가정의 빈곤정도가 더욱 심하기에 장애가정 내에서도 노동력 활용이 생계유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는 활동보조인을 통해 장애아동을 치료하고, 부모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동을 케어하는 두 가지 측면에 동시에 지원하고자 하였습니다.
 
 
키수무에서는 일반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개선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교육을 통해 장애가 단순히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공동체로부터의 '소외'라는 형태로도 개인에게 어려움을 끼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장애가정의 어려움을 이해함으로써 사회통합의 작은 첫 걸음이 시작되길 기대해봅니다.
 
 
키수무 사무소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장애아동 지원, 인식개선 및 옹호 활동, 경제적 역량강화)로 요약됩니다. 모니터링 팀은 ‘경제적 역량강화’의 안착을 위해 전문기관을 방문했습니다. 케냐 농촌지역 일반 가정에서는 비료 한 포대 구입하는 것에도 큰 부담을 받곤 합니다. 현지의 전문기관에서는 가정 내 자체 유기퇴비 제조 방법ㆍ활용법 등을 소개해주었고, 빈곤계층ㆍ소작농 대상의 지속가능한 농법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모니터링 팀은 이어 한국 농촌진흥청(이하 KOPIA) 케냐 사무소를 방문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케냐 현지 농가의 현황을 적극 고려, 자체퇴비 제작법부터 농법ㆍ종자별 수확량 등을 비교분석해 맞춤형 재배전략을 구상하도록 자문해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생산량과 품질에서 단연 앞서가는 이곳을 방문한 뒤 너나할 것 없이 교육문의ㆍ종자 및 기술문의를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케냐 정부차원에서도 제안이 온다고 합니다.
 

지금은 텅 빈 이 땅에 씨앗을 심고 잘 가꾸고 그 결실을 거둬야겠지요. 그리고 그 결실을 장애가정과 공동체가 함께 나눌 때가 오면, 장애가정과 공동체가 서로를 온전히 품는 모습일 때가 오면, 그때가 바로 키수무 스토리가 완성되는 때일 것입니다.

케냐 키수무 지역의 소외된 장애아동 가정과 주민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들은, 지금은 서로 분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점차 모든 활동들이 더 큰 상호 연관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서로가 한 공동체임을 다시 한 번 발견할 것입니다.
 
공동체가 공동체의 일원인 개인에게 장애에서 일어날 수 있게 힘을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
키수무 이야기는 이제 막 쓰여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