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18. 선릉역 주변
2016.08.24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선릉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을 맞아주는 친절한 가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문화시설을 찾아 지도에 표시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외출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넓은 하늘을 바라 본 기억이 오래전 이라면
그건 하늘이 키 높은 건물들에 가려졌거나,
퍽퍽해진 마음에 가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테헤란로.
어딘가 이국적인 이 이름은 강남을 관통하는 왕복 10차선 간선도로의 이름이기도 하고,
화이트칼라와 넥타이부대의 행렬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시장이 서울을 방문한 이후, 양 시(市) 사이의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이름 지어진 테헤란로는 강남 한복판을 떠올리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치열한 기업들의 경쟁과 고단한 직장인들의 삶이라는 밑그림에
높다란 회색빛이 채색되는 서울 테헤란로의 한복판.
잠시의 여유마저 노력 없이는 갖기 힘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감성에 젖어들 수 있는 공간, 푸름에 물들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오늘’ 안에서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초록여유 찾기
  테헤란로의 본래 이름은 ‘삼릉로’였다고 한다. 아마도 이 도로의 중심에 자리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릉과 정릉’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二)릉이 아닌 삼(三)릉이라 불리는 것일까. 빌딩숲을 뒤로하고, 작은 궁금증을 가진 채 동화 속 주인공을 마주할 것만 같은 푸르른 그곳으로 발을 들인다. 이곳에는 조선 제9대 왕인 성종과 그의 세 번째 아내 정현왕후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자 조선 11대 왕인 중종의 능이 있다.
  선정릉 입구에 들어서서 왼편에는 ‘선릉’이라 불리는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이, 오른편에는 ‘정릉’이라 불리는 중종의 능이 있다. 왼편에서 다시 서쪽 언덕에는 성종대왕이 동쪽 언덕에는 정현왕후의 무덤이 있는데, 언덕을 달리하고 있지만 두 무덤이 같은 능역 안에 있다고 하나의 능으로 칭해진다.

▲ 선정릉 전경
  그런데 사실, 선정릉에는 성종도 정현왕후도 중종도 잠들어있지 않다. 1592년 임진왜란 중, 도굴되었기 때문이다. 발견 당시 정릉의 시신은 훼손되고, 선릉의 두 시신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기에, 이후 능의 형태만을 복원하였다.
 
  안타까운 한 가족을 위로라도 하듯, 두 능침 사이에는 초록 울창한 숲이 이루어졌다. 또, 두 능을 둘러 싼 전체 능역 외곽으로는 산책로가 잘 조성된 덕분에 자꾸만 부딪히는 유리벽, 모난 시선들을 피해 새가 날아들고 사람들이 찾아드는 쉼터가 되었다.



 
 



전하여 잇다(:전통)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요즘 어린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말은 어느 시대고 존재해왔다. 그리고 사람의 한 생이 예전보다 길어지면서 과거의 것과 오늘날의 것 사이에 차이를 줄이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한 숙제가 되어가고 있다.
  옛것을 고수 할 것인가, 새 것으로 환승 할 것인가.
가장 슬기롭고도 현명한 일은 두 가지를 모두 녹여 담아내는 일일 것이다. 이 즈음에서 학창시절 배운 사자성어 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온고지신. 옛 것을 익히고 그것에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옛 학문을 되풀이하여 연구하고, 현실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을 이해하여 비로소 사회적인 합의에 다다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공자의 말이다.
  온갖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예술 활동 전반은 기계화, 서구화 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젊은 전통예술가들이 대중들에게 다가가려 안간힘을 쓰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짝반짝한 대규모 상업 예술 활동 사이에서 위치를 찾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선정릉역 옆에는 헐레벌떡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를 대신해 지키고 이어가야 할 것들을 전하는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이 있다. 이 곳 에서는 문화유산 관련 자료, 전통공연, 예술품,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매 순간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며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그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촉각을 세우며 살아가는 우리들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통 문화재를 보존하고, 오늘날에 맞춰 개발하며 널리 알리려 애쓰는 이들의 잔잔한 움직임이 우리의 조상과 우리의 후손들을 잇는 작은 노력이 되기를 바란다.



 
 



 
원스톱 휴식공간
  커다란 물고기가 헤엄치는 아쿠아리움, 분위기 있는 미술관.
월급날은 한참 남았는데 SNS에 자꾸만 올라오는 친구들의 고급 진 문화생활이 부럽다면, 당신의 SNS에 그럴싸한 해시태그를 선물 해 줄 포스코센터에 잠시 들러보는 것을 권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누군가를 자꾸만 작아지게 하는 세상에서,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대중과 함께 그것을 나누는 일 일 것이다. 포스코센터는 몇 년 전 기업체의 단순 업무공간인 사옥에서 대중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커다란 꽃모양의 구조물이 포스코센터의 입구에서 차가운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향기에 이끌려 들어온 이들은 1층 로비에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작가 백남준의 몇몇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데, 천장에 매달려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양각색의 작품들은 저마다의 의미로 사람들의 마음에 담긴다.


▲ 포스코센터 지하1층에서 바라본 수조

 
  건물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아쿠아리움이 있다. 포스코센터의 대형 열대해수어 수조인 이것은 원통형 수조로는 동양 최대 규모인 지금 5m, 높이 9m, 해수량 180톤의 위용을 자랑한다. 30여종 300여개에 이르는 산호와 40여종 2천여마리에 이르는 물고기들은 비싼 입장료의 대형 아쿠아리움을 대신하는 나름의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이 곳 에서는 운이 좋으면 직접 들어가 먹이를 주는 아쿠아리스트를 만날 수도 있다.
  수조 안의 물고기들은 오전에는 채식을 오후에는 육식을 한다고 한다. 태평양 어류들은 유독 새우만 먹는다고 하니 어류도 각각 좋아하는 음식이 있음이 틀림없다.
  이렇듯 제각각인 물고기들의 입맛처럼 다양할 방문객들의 욕구를 위해 포스코센터에는 아쿠아리움 이외에도 미술 전시관과 철 박물관 등이 있다. 또한 수백여점의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걸려있어, 두리번대면서 우연히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지하 1층에는 포스코미술관 갤러리는 기획전시실로 매 전시마다 작가와 작품이 바뀌어 무료로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공간이 넓고 턱이 없는 평평한 바닥이어서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포스코센터 내부 모습


 
 


 
[선정릉역·선정릉역]
  2호선/분당선 선릉역 9번과 10번 출구사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연결되는 길 그리고 9호선/분당선 선정릉역 4번 출구 엘리베이터와 연결되는 내리막길은, 선정릉 입구 쪽으로 연결된다.
  선정릉역을 이용해 선정릉으로 가기 위해서는 4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나와 왼편으로 보이는 횡단보도를 이용해 맞은편으로 건넌 후, 내리막길을 따라야 한다. 내리막을 피하고 싶다면 선릉역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장애인 화장실은 남/여로 구분되어 선릉역 9번과 10번 출구 쪽, 선정릉역 3번과 4번 출구 쪽 초입에 갖추어져있다. 휠체어와 동행인까지 함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넓고, 자동문도 설치되어 있어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
 
 
[포스코센터]
 
▲ 포스코센터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
 
  지하에 위치한 주차장은 주차비도 적당하지만, 장애인 할인을 받을 수 있어 더욱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2호선/분당선 선릉역 1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경사로를 이용해 쉽게 건물에 입장할 수 있다. 1층에 위치한 장애인화장실 화장실은 넓은 편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갖추어져 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포스코미술관 갤러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서비스 없는 점이 안타깝지만, 문턱이 없는 넓은 공간으로 되어있어 휠체어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선정릉]
▲ 선정릉의 잘 정돈된 길
 
  선정릉 내, 각 능의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으로 가는 길은 인간의 길인 어로와 신들이 가는 길인 향로로 되어있다. 이 길들은 큰 돌을 이어 붙인 노면으로 되어 있고, 능 공간 또한 3단 잔디밭으로 되어 있어서 가까이 가서 보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잘 정리된 산책로, 문턱마다 설치된 경사로는 입구에서 대여가 가능한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가능하게 한다.
  선정릉 입구에서 오른쪽에 있는 관리사무소와 재실을 지나면 정릉 앞으로 연결된다. 정릉 앞에서 서쪽 숲길이나 서북쪽의 산책로를 따라 돌면 전체를 한 바퀴 돌아서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 앞에 닿을 수 있으니, 둘러볼 여유가 있다면 이 동선을 추천한다. 주차장 이용이 가능하며, 공간 곳곳에 장애인화장실이 배치되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정문 / 2층 기획 전시실 / 1층 장애인화장실
 
  선정릉역 4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나와 왼편으로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으로 가면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이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관리, 운영하는 곳으로 지하1층에는 문화유산 관련 자료가 있는 독서당, 1층에는 전통공연 관람이 가능한 민속극장, 2층에는 예술품을 전시하는 전시실이 있다. 3층부터는 중요 무형문화재 기능·예능 보유자들과 단체들이 전승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건물 1층에는 남/녀 각각 장애인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건물 내부가 협소하여 장애인화장실 또한 넓고 여유 있는 공간은 아니다. 본 건물에는 출입구가 세 개가 있는데 그중 2곳에 경사로가 있어 출입이 가능하다. 다만 동행인 없이 혼자 입장한다면 선정릉 옆 내리막길 쪽으로 연결된 출입구 보다는, 3번 출구 방향 출입구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정감이 있다.
 




총평
  이 지역은 강남 한복판에 자리해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포스코센터의 경우 지하철 선릉역부터 이어지는 길이 넓게 잘 정리되어 있어, 안정감 있게 다다를 수 있으며 내부의 박물관, 미술관에도 문턱이 없어 이동하며 보기에 편리하다.
  선정릉의 경우 휠체어 대여, 장애인주차구역, 장애인 화장실, 경사로 등이 마련되어 있어 이동약자들의 편의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곳이다. 과거에 비해 노면이 많이 정돈 된 상태이며 산책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중요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의 경우 장애인의 공연관람이 가능하고, 전반적으로 오래된 느낌이 들기는 하나 장애인 화장실도 갖추고 있어 한 번쯤은 방문해 볼만 하다.
  다만, 선정릉역에서 선릉역 쪽으로 기우는 경사가 있기 때문에 세 장소를 모두 방문하길 원한다면 선정릉역에서 선릉역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접근성 ★★★☆☆
선릉역과 선정릉역이 위·아래로 위치해 있어 근방에 있는 장소들을 방문하기 좋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10분 내외의 도보 이동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편의성 ★★★★☆
거리의 폭이 전반적으로 넓고, 노면이 거칠지 않은 테헤란로 특유의 잘 펼쳐진 깔끔한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동경로마다 높은 건물들이 있어 개방된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문턱 없는 카페들도 곳곳에 있어 쉬어갈 수 있다.
 
 

흥미성 ★★★★☆
포스코센터는 곳곳에 포진 된 조형물, 그림, 설치미술 등을 통해 무료로 문화생활이 가능한 곳이다. 스틸갤러리라는 이름의 철 박물관과 대형 수조의 아쿠아리움도 있어서 아이들과 방문하기에도 좋다. 선정릉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숲을 이루고 있어 휴식과 산책의 공간이 될 것이며, 무형문화제전수교육관의 전시실, 공연장, 전통공예품 갤러리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 할 것이다.
 

글/사진: 홍보팀 김선진
사진 및 활동 : 특별한 지도그리기서포터즈 유경재, 김은지, 김다윤, 여지현, 박병진,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