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홍보팀 장혜영 간사

     서울숲역 부근의 성수동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낡은 공장이 카페, 갤러리가 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파는 가게와 사회적기업, 공정무역가게, 코워킹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 많아 입구는 모두 계단이었고,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단 한 칸의 계단 때문에 갈 수 없는 곳들이 많았는데, 계단 위에 경사로를 설치한 반가운 공간을 만났다. 바로 수익금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마리몬드에서 오픈한 Ground M이다. ‘누구나’ 모이고 만나고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경사로를 만들었다는 Ground M 한상민 실장은 사람들이 만나기만 해도 회복이 일어날 거라고 했다.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작은 사람을 생각했어요. 유모차를 타고 어린 아이들이 올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경사로가 필요했어요. 그러다보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분들도 올 수 있게 되고 모두가 사용하기 편리해졌어요.” 한상민 실장은 공간은 땅이고,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씨앗이라고 말한다. 씨앗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땅에 심기어지면 상상할 수 없었던 모양으로 자라나듯이, 사람 역시 판단하지 않고 그저 모이기만 해도 무궁무진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획했던 프로그램이 일명 ‘어머니를 재조명하자’였다. 자식을 키우느라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린 어머니들이 모여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5주간의 교육을 열었다. 어머니들은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회복해 갔다. 그리고 취미로 만들었던 물건들을 직접 판매하는 프리마켓을 열면서 스스로가 창조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Ground M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기만 해도 치유가 일어나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구실, 일을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고 했다.

     “보통은 땅 위에 드러난 것을 가공하고 포장해서 판매하려고 하죠. 하지만 이곳에서는 땅 속에서 자신이 보석인지도 모르는 존재들을 캐고 닦아서 빛나게 해주고 싶어요.” 한상민 실장은 인기 강사로 인해 모이는 일방적인 강의를 지양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싶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 모두 꽃 보면서/ 꽃 좋아하는 것처럼/ 서로 살았으면 좋겠다.’ 공간 곳곳에 적혀있는 문구 하나하나가 소박하고 아름다운데, 모두 위안부 할머니께서 쓰신 메시지라고 한다. Ground M을 운영하는 마리몬드는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위안부 할머니께서 심리치료 과정 중에 만드신 압화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아 시작된 곳이다. 당시 봉사활동을 했던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를 예술가, 인권운동가로서 바라보게 되었고, 할머니들의 평화의 메시지를 상품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업 이익의 50%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에 기부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수익금 전달 내역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마리몬드는 메시지를 담은 제품을 통해, 플랫폼 Ground M을 통해 ‘당신은 존귀한 사람입니다’ 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씨앗처럼 어떻게 완성될지 상상할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각자가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가 보태지고 덧붙여져 모두를 위한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본다.
 

▲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Ground M의 모습(위)/ 위안부 할머니가 쓰신 평화의 메시지와 작품들이 공간에 가득하다(아래)


위 글은 도서 '오늘 이 길, 맑음'에 수록된 콘텐츠입니다. 
2016년 3월 30일 발행된 '오늘 이 길, 맑음'은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외 전국 오프라인 서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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