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15. 혜화역 주변
2015.12.15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혜화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을 맞아주는 친절한 가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문화시설을 찾아 지도에 표시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외출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곳곳에 적힌 문구다. 혜화역 주변은 연극, 뮤지컬, 음악 공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거리다. 이곳은 예로부터 성균관 유생들이 풍류와 여가를 즐기던 거리로써 반촌 길이라 불렸고, 1975년 서울대학교가 이전하면서 과거 대학 부지에 마로니에 공원을 조성하고 ‘대학로’라 이름 지었다. 2011년에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흉상을 혜화역 거리에 세우기도 했는데, 시인 타고르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면서 흉상을 대학로에 설치한 것은 이곳이 문화예술의 중심지라는 것을 반증한다. 아시아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일제시대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는 표현해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라빈드러나트 타고르 시인의 흉상을 비롯하여 독립운동가 김상옥 열사의 동상, 인권운동가이자 교육자인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시비 등 혜화역 주변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장애인에게도 이곳은 예술처럼 흥미롭고 아름다운 곳일까? 혜화역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혜화역 주변의 장애편의시설을 조사하는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대학로의 시작, 혜화역에서
    혜화역은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4호선 전철역으로 총 4개의 출구를 가지고 있다. ‘대학로’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 주변에는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한성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등 대학교가 많아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주변에는 마로니에 공원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극단들과 극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2번 출구와 3번 출구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통해 밖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장애인화장실은 2번과 3번 출구로 나가기 전, 역의 중앙에 1개 위치해있었고 남자, 여자 화장실로 분리되어 있어 사용하기 편리했다.
    2번 출구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면 대학로의 입구에 위치한 샘터 파랑새 극장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었고, 마로니에 공원도 가까웠다. 그리고 3번 출구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는 서울대학병원에 바로 이동할 수 있었고, 도보 20분 거리에 창경궁이 있었다.

▲혜화역 대로변에 위치한 인도 시인 타고르의 흉상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 앞에 위치해 접근이 편리한 샘터 파랑새 극장

구석구석 살펴본 예술의 면모
     2번 출구 샘터 건물에 위치한 ‘샘터 파랑새 극장’은 대학로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1984년에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인형극, 동요콘서트를 비롯해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과 연극, 라이브콘서트 등 활발한 공연을 펼치고 있는데, 지금까지 266만명이상의 관객이 찾아왔다고 한다. 빨간 벽돌 건물을 뒤덮은 담쟁이덩굴로 이목을 끄는 샘터 건물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장애인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했다. 그리고 이웃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은 마로니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마로니에 공원’이라 불리게 된 만큼, 유럽에서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들이 우거진 넓은 공원이었다. 전체적으로 바닥도 평평하고 깔끔했고, 야외 공연장마다 계단 옆에 경사로를 설치해놓아서 이용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다만, 대학로 공연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소규모 극장들은 지하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고, 매표소 또한 대부분 턱 위에 있어 이용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휠체어 지정석을 가지고 있는 큰 규모의 공연장들이 생겨 이제 대학로는 장애인에게도 열린 문화공간이 되었다. 대명문화공장은 건물 내에 주차장이 있었고, 장애인주차공간도 따로 마련되어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었고, 공연장 입구 근처에 휠체어 지정석이 있어서 휠체어에 앉아 관람이 가능했다. 대학로예술극장 역시 건물 뒤에 주차장이 붙어있었고, 장애인주차공간이 있었다. 1층과 공연장이 있는 3층에 장애인화장실이 있었고, 3층의 대극장에서 양측에 2대씩 총 4대의 휠체어 자리가 있었다.

▲ 마로니에 나무들이 있는 한적한 마로니에 공원, 무대마다 경사로가 있다
▲ 엘리베이터, 장애인화장실,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 대명문화공장(좌)과  대학로예술극장(우)
▲전동휠체어 충전기까지 마련되어 있는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

     그밖에도 올해 11월 개관한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이 있었다. 이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가와 대중을 이어준다는 의미를 가진 곳으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전시실, 공연예술 연습 공간, 교육 공간, 커뮤니티 룸,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스튜디오가 있었고 지하1층에서 5층까지 층마다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다. 전동휠체어 충전기도 마련되어 있었고, 위치도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와 가까워서 꼭 추천하고 싶다.
     대학로에는 CGV영화관도 있었는데, 경사로가 있어 진입이 가능했다. 엘리베이터가 내부에 있어 극장 내 이동은 편리했고, 장애인 전용 주차장과 휠체어좌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장애인화장실 역시 남, 여 따로 설치되어 있었고 화장실 상태도 청결해 만족스러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층마다 화장실이 있었지만 장애인화장실은 4층에만 있다는 점이었다.

▲ 입구가 계단이고 지하에 위치해 있어 접근이 어려운 소극장
▲ 장애인화장실이 있지만 입구에 전신거울이 있어 진입을 막고 있는 모습(좌)/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지만 매표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에 있어 이용이 불편한 모습(우)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더해진다면, 혜화역 주변은 더 활기찰 것 같다. 장애인화장실은 있지만 화장실 입구 앞에 전신거울을 세워놔 진입을 어렵게 만든 곳이 있었고, 내부에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매표소는 엘리베이터가 닿지 않는 지하여서 아쉬운 곳도 있었다. 주변의 카페와 식당 역시 계단으로 된 곳이 많았고, 입구에 경사로는 있지만 실내 이동은 계단이어서, 단지 짐을 나르기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경사로를 설치한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가장 오래된 법전이 있는 창경궁으로
     혜화역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위치한 창경궁은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조선시대 궁궐로써, 성종 14년(1483)에 정희왕후, 안순왕후, 소혜왕후 등 왕실의 웃어른을 모시기 위해 창덕궁 옆에 지은 곳이다. 창경궁의 입장료는 단돈 1000원(매주 월요일 휴관). 만 24세 이하 청소년이나 군복을 입은 현역군인, 한복을 입은 사람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또한 한복 결혼사진 촬영을 원할 경우 3일전(주말포함 5일전)에 신청하면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밖에 창경궁 관리사무소에서는 매일 4회씩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안내를 하고 있고, 창경궁 소개 자료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창경궁은 입구마다 경사로가 있었고, 거리도 평평해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했다. 대온실 뒤, 낙선재 뒤 등 산책로 모퉁이 4곳에 화장실이 있었고, 화장실마다 장애인화장실도 함께 설치되어 있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도 있어 나들이를 추천하고 싶다.

▲ 조선왕궁의 법전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인 국보 제226호 명정전

     창경궁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데, 먼저 품계석이 세워진 조정을 지나면 바로 보이는 건물인 창경궁의 법전 명정전(明政殿)이다. 명정전은 국보 제226호로 조선왕궁의 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그밖에 보물 제384호 홍화문, 제386호 옥천교 등 7점의 보물이 있고, 등록문화제 제83호 대온실이 있다. 대온실 역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고, 내부 이동통로도 넓은 편이어서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했다. 창경궁은 단풍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가을이면 단풍숲길 걷기, 야간개방, 가을꽃전시회 등의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

▲ 경사로가 있어 이동이 편리한 창경궁 내부의 모습(위) /
경사로가 있고 통로가 넓어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대온실의 모습(아래)

총평
      혜화역을 중심으로 대로변의 건물들과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길이 넓은 편이어서 휠체어로 이동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대부분의 카페들과 식당들의 입구는 계단이었고, 입구가 평평해서 들어갈 수 있다 해도 카운터만 있을 뿐 좌석이 있는 2층 공간은 계단을 통해서만 이동이 가능했다. 대학로 거리는 문화예술의 중심지답게 극장, 공연장이 집약되어 있었다. 지하에 위치하고 있거나, 소극장이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안타까웠지만, 휠체어좌석을 마련한 공연장들이 생기고 있어 반가웠다. 예술이라는 것이 제약이 없고 자유로운 것인 만큼 예술을 누리는 공간 역시 제약이 없고 모두에게 열린 곳이 되기를 더욱더 바라본다.

▲혜화역 주변 특별한 지도그리기 활동을 함께 한 밀알복지재단 서포터즈와 경희대학교 시민교육 참여학생들

접근성 ★★★★☆
혜화역은 작은 규모의 지하철인데도 불구하고 2번, 3번 출구 2곳에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대로변에 샘터 파랑새 극장, 마로니에 공원,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건물의 카페 등이 있어 이동이 편리했다.
편의성 ★★★★☆
지하에 있거나 계단으로 된 공연장이 많아 아쉽지만, 대표적인 문화시설에서는 모두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주차장과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영화관, 공연장, 창경궁 등이 있어 나들이 장소로 추천할만하다.
흥미성 ★★★★★
‘대학로’라는 이름만으로도 흥미성은 충분하다.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만큼 곳곳에 동상과 작품들이 있고, 마로니에 공원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작은 무대만 있어도 공연을 펼치고 있어 대학로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 홍보팀 장혜영
사진: 홍보팀 장혜영,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활동: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이효정, 이다인, 이수연, 최미서
        경희대학교 시민교육 참여학생 권수민, 권수빈, 노형승, 서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