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14. 광화문역 주변
2015.10.21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광화문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을 맞아주는 친절한 가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문화시설을 찾아 지도에 표시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외출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가 활동을 하며 그린 지도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성곽 문처럼 웅장한 위용으로 경복궁을 수호하고 있는 광화문은 1395년에 창건되어 ‘오문(午門), 정문(正門)’이라고 불리다가 세종 7년(1425년)에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광화문(光化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광화문’은 서경의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이라는 구절에서 차용한 것인데, ‘나라의 덕치와 문화를 천하 만방에 미치는 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건되었고, 한국전쟁 때 포탄을 맞아 훼손되었다가 광복 65주년이었던 2010년 8월 15일에 복원공사를 마쳤다. 광화문의 앞쪽에는 현대식 빌딩들과 넓은 도로가 펼쳐져 있고, 뒤쪽에는 경복궁과 전통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해 있어, 광화문은 마치 시대를 지키는 문처럼 보인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하는 광화문, 그 주변의 풍경들은 장애인과 함께하고 있을까?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와 함께 광화문으로 향했다.

▲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
광화문역에는 총 9개의 출구가 있는데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내리면 1, 8번 출구 방향과 나머지 출구들의 방향으로, 양 갈래로 나눠진다. 먼저 1, 8번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장애인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리프트를 통해 지하 2층으로 가면 엘리베이터를 통해 1, 8번 출구로 나갈 수 있었다. 두 출구는 세종문화회관 바로 뒤에 위치해 있는데, 대로변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이동성은 떨어지지만 한적한 곳에 있어 비장애인의 이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1, 8번 출구가 더 편리할 것 같았다. 그리고 3번 출구에 장애인리프트가 있고, 9번 출구에는 외부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단 9번 출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경사로를 올라가야 하는데 혼자서 이동하기에는 경사가 급해 동행인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장애인화장실은 1, 8번 출구 쪽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다. 지하철역 승강장에 내려 장애인리프트를 타고 한 층을 올라오면 화장실이 있고 부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장애인 화장실은 시설이 잘 되어있으나 직접 변기에 앉아보니 변기가 조금 작았다. 9번 출구 해치마당에도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는데,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내부 공간이 있고 비데와 등받이 쿠션, 도움벨도 설치되어 있어 시설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광화문 지하철역에서 아쉬웠던 점은 외부 엘리베이터는 존재하지만 내부 엘리베이터가 없어 지하철 승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리프트를 이용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 광화문역은 1, 8번과 9번 출구 2곳에 외부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역 내부 이동은 장애인리프트뿐이다

서울의 랜드마크
광화문역 주변은 TV 프로그램에서 오프닝 화면으로 자주 사용될 만큼 인상적인 공간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다양한 문화 이벤트와 시민 소통 활동의 장으로 열려있는 광화문광장이다. 광화문역 9번 출구와 이어져있는 이곳은 대로변 사이에 섬처럼 위치해있는데, 서울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동상과 이순신장군동상이 있다. 또한 세종대왕동상 뒤편은 전시관과 연결되어 있어 세종이야기, 충무공 이야기 역사관도 볼 수 있으며, 역사관은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광장에는 분수가 있어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줄기 사이로 신나게 뛰어다니고, 광장의 중심에서는 매월 다양한 문화 공연과 페스티벌이 열려 항상 시민들로 붐빈다. 무엇보다 광화문광장은 중심에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 광화문의 모든 곳으로 갈 수 있다.

▲ 이순신장군동상과 세종대왕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
 ▲ 걸음을 멈추게 하는 광화문 글판
 
광화문역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를 뽑으라면 바로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일 것이다. 2015년 교보생명은 시민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광화문글판 글귀’ 투표를 진행했는데, 1위에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글귀가 선정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빠르게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광화문글판을 보고 느리게 생각했던 기억이 서울시민이라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교보생명의 지하 1층에는 교보문고가 있는데, 1층 정문을 통해 들어오면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할 수 있고, 층마다 장애인화장실이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대표적인 문화시설인 만큼 장애인편의시설도 잘 되어있었다. 휠체어 경사로가 모든 출구 앞에 있었고 장애인화장실도 건물마다 있었으며, 부대시설로 광화문 아띠 푸드코트가 있었는데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통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좌, 우측, 세종로 주차장 입구, 광화문역 1번, 8번 출구 방향의 예술의 정원 입구에 ‘장애인을 위한 해피콜’ 버튼이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안내원이 찾아와 일대일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차를 할 경우 장애인은 주차료를 80% 할인해주기 때문에 이용하기 편리하다.
 
▲ 페스티벌이 열리는 광화문광장과 너머로 보이는 세종문화회관 풍경
 
사방으로 뻗어가기
광화문역 5번 출구 근처에는 청계천이 있는데(1, 8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추천, 가장 가까운 곳은 3번 출구 장애인리프트) 출구에서 나와 10분 정도 평평한 도로를 걸으면 청계천광장을 만난다. 휠체어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청계천광장의 경사로 입구와 삼일교 근처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청계천으로 내려갈 수 있다.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려면 위쪽으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주변에 대형 건물이 많음에도 장애인화장실을 찾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 사전에 위치를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청계광장 경사로와 삼일교 옆 엘리베이터는 청계천을 경계로 서로 반대편이기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오고 가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또한 광화문역 5번 출구에는 일민미술관이 있는데,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세워진 이곳은 동아일보 사옥으로 세워졌다가 현재는 미술관과 신문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구가 평평하고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3층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있어 문화시설로 추천할만하다. 또한 장애인은 50% 관람료를 할인받을 수 있으며, 근처 동아미디어센터에 주차를 할 수도 있다.

▲ 광화문역 사거리에 있는 일민미술관과 광화문우체국 

그리고 광화문역 4번 출구 근처에는 사적 제171호로 지정된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가 있어 조선 말기의 목조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비석을 둘러싸고 있는 ‘기념비전’은 궁에서 직접 관장하여 공사를 진행한 마지막 건축물로서 규모는 작지만 궁궐 목수의 솜씨가 발휘된 작품이다. 그밖에 광화문역 2번 출구 근처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있는데, 개항기부터 광복, 정부수립, 한국전쟁, 88올림픽 등 대한민국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1층, 3층, 5층에 장애인화장실이 있으며 뒤편 주차장에는 2대의 장애인주차공간이 있다.
 
 ▲ 광화문역 2번 출구 근처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총평
광화문역은 정부 주요 기관들과 언론사, 대표적인 관광지가 밀집된 지역인 만큼 광화문역의 외관과 주변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근 가게들은 대형 카페와 식당일지라도 턱과 계단이 있어 진입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광화문역 안에서 이동할 때에는 장애인리프트만 있을 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지하철역 주변의 빌딩 안에는 장애인화장실과 엘리베이터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지하철역에서 빌딩까지는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청계천도 길은 평평하지만 엘리베이터나 장애인화장실을 찾기는 어려운 점 등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기까지는 조금 더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활동을 했던 지난 장소 중에 가장 가볼만한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이 많아 단연 추천하고 싶다.
 
접근성 ★★★☆☆
지하철역 안 이동은 장애인리프트 뿐이라 불편하지만 1, 8번과 9번 출구 2곳에 외부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주변 도로가 넓고 평평해 이동이 편리하다. 음식점과 카페에는 입구가 계단인 곳이 많았지만 경사로가 있거나 턱이 없는 문화시설, 편의시설이 많아 추천할 수 있다.
편의성 ★★★★☆
대표적인 관광지와 건물에는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다는 점에서 만족할만하다. 하지만 청계천 이동시 직접 휠체어로 다녀보면 엘리베이터를 찾기 힘들고(한 방향에만 있다), 장애인화장실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므로, 사전에 숙지할 필요가 있다.
흥미성 ★★★★★
광화문과 세종대왕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교보문고의 광화문글판, 청계천 등 외관만 보아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홍보팀 장혜영
사진 홍보팀 장혜영,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활동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강원구, 유경재, 이다인, 이예은, 박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