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13. 강남역 주변
2015.08.31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강남역 주변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분들이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도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을 맞아주는 친절한 가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문화시설을 찾아 지도에 표시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분들께 안심하고 찾아갈만한 곳들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외출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강남 스타일
 2014년 서울메트로 수송·수입 실적 결과 강남역은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 1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이용객 13만5600명을 기록한 강남역은 1997년부터 18년째 1위에 오를 만큼 핫한 장소이다. 강남역은 2011년에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출구가 12개로 확대되었고, 엘리베이터 5개(1번, 3번, 6번, 8번, 10번 출구 쪽), 장애인화장실 4개(10번 출구 방향 스킨푸드 옆쪽, 2번 출구 앞쪽, 강남역 2호선과 신분당선으로 연결되는 통로 초반, 2호선 카드 단말기 안쪽)로 편리함까지 갖췄다. 강남역 내부의 장애인화장실은 모두 자동문이었고 길도 넓고 평평했으며 엘리베이터도 많아서 이동이 편리했다. 강남역 밖으로 나가 직접 거리를 거닐어 본다면 어떨까?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처럼 유쾌한 곳일까?

최대의 번화가
 강남역은 첫 외관부터 사람을 압도한다. 테헤란로와 같이 쭉쭉 뻗은 대로들과 유명기업의 로고가 부착된 높은 빌딩들. 한강 이북의 명동과 함께 최대의 번화가로 꼽히는 강남은 쇼핑할 곳도 맛있는 음식점도 많은 인기 있는 장소다. CGV를 비롯해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3곳이 있다. 하지만 곳곳에 있는 맛집과 카페를 찾아가기에는 도로의 폭이 좁고 경사진 길들이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유동인구가 많아서 사람이 장애물이 될 정도. 그럼에도, 매력적인 강남에서 장애인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추천 장소들을 찾아보았다. 

▲ 강남역의 메인도로는 차로도 넓고 차량도 많다

 강남하면 역시 쇼핑! 큼직큼직한 브랜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과연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있는지 살펴보았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강남역 10번 출구 라인의 상점들부터 살펴본다면,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에잇세컨즈의 입구는 계단이었다. 하지만 뒤편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충분히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했다. 평소 색색의 타일이 붙여진 입구 계단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경사로가 앞쪽에 생긴다면 더 편리하고 시원해보일 것 같았다. 대부분의 브랜드 매장들이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있고, 위, 아래층으로 이동하려면 계단을 이용하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야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2, 3, 4층은 운행하지 않았는데, 별다른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또한 입구 계단들은 대부분 2단이거나 3단인 경우가 많아서 높지 않은 문턱이지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미쏘에는 내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반가웠지만 입구가 계단이어서 도움을 필요로 했다.  

▲ 강남역 10번 출구 앞의 에잇세컨즈, 입구는 계단이지만 건물 뒷편에는 경사로가 있었다
 
 11번 출구 라인의 상점들을 살펴본다면, 유니클로는 입구가 평평해서 출입이 편리했다. 하지만 내부에는 계단뿐이라 넓은 매장임에도 지하 매장을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웠다. 2층으로 올라가려면 유니클로 외부로 다시 나와서 언덕 같은 인도를 따라 올라가야 2층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나왔다. 경사진 길이어서 혼자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넓은 매장을 쇼핑할 수 있을 텐데 아쉬웠다. 탑텐의 경우 입구에 경사로가 있었지만, 내부 엘리베이터가 없어 역시 아쉬웠다. 10번 출구 라인의 국민은행과 신논현역 교보타워의 우리은행의 경우 경사로가 있었고, 예스쁘아, VDL 등 화장품 가게의 경우도 문턱이 없었다. 교보타워에는 우리은행 뿐 아니라, 엔젤리너스 카페와 식당도 있었다. 그리고 지하층에는 교보문고가 있으며 실내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다. 교보타워에는 장애인화장실도 있었지만 입구가 계단과 회전문이어서 출입하기 위해서는 교보타워 오른쪽 끝에 위치한 우리은행 앞의 경사로를 통해 들어가야 했다. 

▲ 강남역의 유니클로 입구(왼쪽), 강남역의 탑텐 입구(오른쪽)


강남에서 영화보기
 먼저 CGV는 강남역 9번과 10번 출구 사이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지상으로 올라와 신논현역과 강남역 중간에 위치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CGV가 있는 건물은 출입구가 자동문이 아닌 여닫이문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장애인이 들어올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건물 4층에 CGV 매표소와 매점이 있고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는 넓은 편이었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엘리베이터는 2대가 있었다. 4층으로 올라오면 바로 왼편에 화장실이 있는데, 장애인화장실은 화장실 안쪽 편에 위치해 있었다. 장애인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는 구불구불해서 계속 커브를 돌아야 했고, 화장실 자체도 좁아서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좋은 점은 CGV 한 관에 2좌석씩 전체 영화관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좌석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쉬운 점은 상영관은 4층보다 위층에 있었는데,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것은 편하지만 엘리베이터는 4층에서 내려서, 4층 엘리베이터 옆에 위치한 문을 열고 들어가 비상용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만 했다. 찾기가 어려워서 직원에게 물어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장애인을 위해, 또 아이와 함께 하는 부모들을 위해서 안내문이나 지시등으로 엘리베이터 이동 경로를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 외부 엘리베이터를 통해 롯데시네마 3, 4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건물 입구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영화관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휠체어 장애인이 롯데시네마를 이용하려면 건물 외부의 인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는데 강남역 11번 출구 라인의 건물 뒤쪽은 경사가 너무 심해서 휠체어로 혼자 올라가는 건 무리였다. 롯데시네마에 문의해보니 1관은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 이동이 불가하고 2관은 매표소 맞은 편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으며, 3관과 4관은 실외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었다. 상영관마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제각각이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장애인화장실도 따로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좌석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휠체어 장애인이 롯데시네마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경사가 심한 인도를 통해 올라와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실외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비교적 좌석 간 간격이 넓고 스크린과 앞 줄 사이의 간격이 넓은 3, 4관의 상영관에서 보는 수밖에 없는데,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편안한 지하상가
 다시 역으로 돌아와 지하상가를 살펴보았다. 강남역은 2호선과 신분당선이 있는 큰 역이어서 지하상가들이 넓게 연결되어있었다. 2호선을 타고 강남역에 내리면 각 승강장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합실로 올라올 수 있는데, 카드를 찍고 나오면 강남 지하상가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지하상가의 통로는 넓은 편이었고 옷, 신발 등의 쇼핑뿐만 아니라 카페와 분식집,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어서 가볍게 놀러 나오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장애인화장실도 3곳이 있고 리모델링을 해서 넓고 깨끗했다. 하지만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통행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어서 인파가 몰리는 금, 토, 일요일은 제외하고 평일 오후에 오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1번, 3번, 6번, 8번, 10번 출구 쪽에 있는데, 엘리베이터의 위치가 구석진 곳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고, 휠체어를 타기에 좁은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9번과 10번 출구 사이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지상으로 올라오면 강남역 대로가 펼쳐지는데, 이곳의 길이 평평하기도 하고 옷가게와 카페 등이 밀집되어있어서 이쪽으로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 


총평
 어떤 곳은 문턱이 없었지만 내부가 계단으로만 이동이 가능했고, 어떤 곳은 입구는 계단이지만 실내에는 층간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어떤 곳은 가게의 입구는 평평했지만 가게까지 가는 길이 경사로였고, 어떤 곳은 장애인화장실이 있지만 입구는 계단과 회전문이었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완전히 자유로운 곳은 찾기 어려웠다. 만약 비장애인에게 이 불편을 이해하라고 한다면, 이쪽 길이 이동이 힘든 반면 이러이러한 방법을 통해 가능하기는 하다고 말한다면... 아마 엄청난 항의가 있을 것이다. 세계인에게 주목받고 있는 강남, 이곳이 모든 사람에게 유쾌한 장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세가 올라간 만큼 장애인을 배려한 곳으로 정비한다면 정말 자랑스러운 강남 스타일이 만들어질 거 같다. 

접근성 ★★☆☆☆
지하철역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강남역까지의 이동에는 무리가 없지만, 주변 건물들이 계단으로 된 경우가 많아 아쉽다. 
편의성 ★☆☆☆☆
브랜드 매장이나 영화관에서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을 찾는 것이 어렵다. 
재미 ★★★☆☆
보는 사람을 압도할 만큼 거대한 빌딩들과 깔끔한 브랜드 매장. 그리고 영화관, 교보문고 등 사람이 모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홍보팀 장혜영
사진 홍보팀 장혜영,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활동 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김다윤, 최예원